■ [커피 품종 19] ■
자바(Java).
오랜 시간 티피카(Typica)품종으로 오해받은
에티오피아 재래품종
■ 시작에 앞서 ■
자바(Java) 품종은 티피카(Typica) 품종의 역사를 통해 오랜 시간 티피카 품종으로 오해받은 품종입니다. 최근 연구를 통해 이 품종은 티피카 품종이 아닌, 에티오피아 재래품종(Ethiopian Landrace)으로 밝혀졌습니다. 이 품종은 수단 루메(Sudan Rume) 품종에 이어 두 번째로 소개해드리는 에티오피아 재래 품종입니다.
■ 자바 품종의 역사 ■
자바 품종은 티피카의 역사에 최초로 등장합니다. 19세기 초, 네덜란드인들로부터 에티오피아에서 인도네시아 자바섬으로 커피나무가 옮겨져 심기게 됩니다. 티피카 품종 역시 인도네시아 자바섬에서 재배되었기에 이 품종 역시 자연스럽게 티피카 품종으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이 품종은 20세기 중반, 빌모랭(Vilmorin)이라는 회사 1)를 통해 아프리카 카메룬으로 이 품종이 전해집니다. 피에르 부하르몽(Pierre Bouharmont)이라는 육종가는 이 품종을 연구하면서 자바 품종이 아프리카의 커피 농가에 고통을 주고 있는 커피 베리 질병(CBD. Coffee Berry Disease)에 내성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20년간의 긴 시간의 연구와 선별과정을 통해 1980년대부터 카메룬의 커피 농가로 이 품종이 전달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최근에 이 품종을 연구하면서 이 품종이 티피카 품종이 아닌 아비시니아(Abysinia)라는 에티오피아 재래품종 그룹의 한 품종이라고 밝혀지게 됩니다. 자바 품종은 1991년 코스타리카의 CIRAD(Centre de Coopération Internationale en Recherche Agronomique pour le Développement)에서 베누아 베르트랑(Benoit Bertrand)이라는 육종가를 통해 중남미지역으로 이 품종으로 소개됩니다. 이 품종이 중남미로 넘어오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바로 커피 베리 질병에 내성을 가진 특징 때문인데요. 중남미에는 아프리카 수준의 커피 베리 질병의 피해를 입은 사례는 없었지만, 추후 기후 위기나 커피 베리 질병의 유입으로 인한 피해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이 품종을 들여온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1) 빌모랭은 프랑스 기반의 종자 및 식물 육종 회사입니다. 빌모랭은 다양한 작물 종자를 생산하고 유통하며, 농업 및 원예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알려진 기업 중 하나입니다.
■ 자바 품종의 특징 ■
자바 품종은 매우 독특한 맛과 향을 가진 커피로 알려져 있습니다. 월드 커피 리서치(WCR.World Coffee Research)에 따르면 이 품종은 소작농들에게 적합한 품종으로 소개되고 있는데, 많은 비료를 사용하지 않아도 되는 품종이기 때문으로 예상됩니다. 이 품종은 나무의 키가 큰 편이고 높은 고도에서 높은 품질의 커피가 재배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리고 앞서 설명드린 바와 같이 커피 베리 질병 및 커피 녹병(CLR.Coffee Leaf Rust)에 내성이 있는 품종입니다. 이러한 이유로 소규모 소작농들에게 적합한 품종이지만 나무의 한 그루 당 생산성이 떨어지며 밀집재배가 되지 않는 단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 자바 품종에 대한 기타 정보 ■
컴퓨터 프로그래밍의 언어 중 하나로 굉장히 많이 사용되고 있는 자바 프로그램을 아시나요? 이 프로그램의 로고는 바로 커피 한잔이 그려져 있습니다. 이 프로그램의 이름, 그리고 왜 커피 한잔의 그림이 로고가 되었는지에 대한 기원 또한 바로 이 자바섬의 커피와 관련이 되어있다고 전해지고 있습니다. 바로 이 프로그램의 개발자들이 자주 가던 커피 전문점 1)에서 사용하고 있던 원두 이름을 따서 지었다는 설이 바로 이것입니다.
1) 이 커피 전문점은 Peet`s Coffee라는 카페입니다. 이곳에서 파는 자바 커피를 개발자들이 즐겨 마셨는데 프로그램 제작이 완성되고 이 프로그램의 이름을 고민한 끝에 개발자들의 추억이 깃든 Java라는 이름을 쓰게 되었다고 합니다.
■마침■
이번에는 자바 품종을 소개해드렸습니다. 이 품종은 자바라는 인도네시아의 섬의 이름이 무색하게도 중남미의 커피 농장에서 재배되는 커피를 우리는 주로 접하고 있는 품종입니다. 뛰어난 맛과 향을 가지고 있지만 낮은 생산성과 높은 고도 1)에서 높은 품질의 커피가 생산된다는 점에서 많은 농부들의 선택을 받지 못하는 어찌 보면 당연한 상황으로 쉽게 접할 수 있는 커피는 아닙니다. 아라비카 커피의 역사에서 매우 중요한 역사적 기록을 가지고 있는 자바섬의 이름을 가진, 그리고 오랜 시간 티피카로 오해를 받았던 에티오피아의 재래품종인 자바에 대해 간략히 알아보았습니다.
다음에는 다른 품종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1) 높은 고도에서 재배되는 커피가 왜 소작농들에게 적합한지에 대해서 완벽히 이해하지는 못하지만, 과테말라의 현재 커피 산업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을 때 어느 정도 유추가 가능했습니다. 높은 고도는 평지가 아닌 가파른 산에서 커피를 주로 재배하게 되며 이런 환경에서 기계를 사용한 커피 재배는 거의 불가능합니다. 또한 높은 고도에서 재배되는 커피들은 일조량과 강수량에 민감한 경우가 많기에 커피를 재배하기 위한 적합한 환경을 만드는 경우가 많습니다. 가장 큰 예를 들면 커피나무에 일정한 일조량을 주기 위해 쉐이딩이라고 하는 키가 큰 나무를 농장 주위에 심는 것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이런 사례들을 종합해 보면 높은 고도에서 커피를 대량생산하는 것은 매우 힘든 환경이기에 소작농에게 적합한 품종이라고 소개하는 게 아닌가 조심스레 추측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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