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커피 품종 21] ■
센트로아메리카노(Centroameriano).
F1 하이브리드(F1 Hybrid) 품종의 본격적인 등장
■ 시작에 앞서 ■
센트로아메리카노(H1, Centroamericano) 품종은 F1 하이브리드(F1 Hybrid) 품종그룹을 대표하는 품종입니다. 이전에 소개해드린 대부분의 품종들은 자연교배, 혹은 품종 간의 교배를 통해 탄생한 품종들이었습니다. 이러한 교배의 과정에서 탄생한 커피 품종들은 품종 간 특성의 장점만을 가지고 태어나는 교집합형태의 품종탄생이 아닌, 한쪽의 장점과 한쪽의 단점을 가지고 태어나거나 뚜렷한 장점을 가지는 게 아닌 애매한 특성을 가진 커피로 탄생 1)하곤 했습니다. 그러나 F1 하이브리드 품종은 새로운 특성을 얻는 과정에서 품종 간의 장점을 희생하는 게 아닌 품종 간장점을 최대화하여 탄생하게 되는 품종 그룹 2)입니다.
커피 산업의 역사, 이를 넘어 모든 생물학의 역사에서 품종의 진화는 변화하는 환경에서 살아남고 종족을 번식하기 위해 빈번하고 당연하게 일어나는 과정입니다. 커피의 역사에서도 자연적인 교배를 통해 인공적인 교배를 통해서 수많은 새로운 품종이 탄생했습니다. 최근 급격하게 변화하는 기후조건, 그리고 이러한 환경에서 발생하는 새로운 커피 질병의 발견 등 커피 산업은 굉장히 큰 위협을 받고 있습니다. F1 하이브리드 품종은 이에 대응하기 위해 탄생하고 있는 커피 품종 그룹입니다.
1) 카티모르(Catimor), 사치모르(Sarchimor) 품종들의 경우 커피 녹병의 내성을 가진 티모르 하이브리드(HdT) 품종과 카투라(Caturra), 빌라사치(Villa sarchi)의 교배로 탄생한 품종입니다. 이 품종들의 경우 각 품종의 장점을 가지는 동시에 단점도 가진 채로 탄생하게 되는데, 대표적인 단점으로는 빌라사치와 카투라의 맛과 향이 티모르 하이브리드 품종의 떨어지는 맛과 향의 특성으로 인해 이 장점이 반감된 채로 탄생된다는 단점이 존재합니다.
2) 이론상은 품종 간 특성을 최대화한 다곤하나 실제 향미에 대한 평가에 대해서는 엇갈리는 평가가 많습니다. F1 하이브리드 품종이 체리를 수확하는 과정에서 최초 수확, 그리고 그다음 해에 수확하는 체리간의 품질이 동일하지 않다는 평가가 존재합니다. 즉 커피 열매의 품질 퀄리티가 매해 동일하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말이 되는데 이는 매우 치명적인 단점이 될 수 있습니다.
■ 센트로아메리카노 품종의 역사 ■
센트로아메리카노 품종은 F1 하이브리드 품종입니다. 이 품종의 탄생에는 많은 연구소와 단체가 참여하게 됩니다. 프랑스의 CIRAD, 중앙아메리카 커피 연구소(PROMECAFE), 그리고 코스타리카의 CATIE의 참여와 협업으로 탄생하게 되는 품종이 바로 이 센트로아메리카노입니다.
F1 하이브리드 품종이 가져야 할 가장 큰 특성은 바로 변화하는 기후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저항력입니다. 센트로아메리카노의 교배 과정에서 이 부분을 담당하는 품종은 바로 사치모르(Sarchimor) 품종 중 하나인 T-5296입니다. 커피 녹병(CLR. Coffee Leaf Rust)에 대한 강한 내성을 가진 이 품종은 에티오피아 재래 품종(Ethiopian Landrace) 중 하나인 수단 루메(Sudan Rume) 품종과 교배를 통해 새로운 품종을 탄생시키게 됩니다.
■ 센트로아메리카노 품종의 특징 ■
센트로아메리카노 품종은 농부들에게 매우 매력적인 품종입니다. 센트로아메리카노 품종은 맛과 향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지만, 가장 농부들의 주목을 받은 부분은 바로 높은 생산량입니다. 이 품종은 중앙아메리카에서 재배되는 커피에 비해 22~48% 정도 높은 것으로 평가 1) 되었기 때문입니다. 또한 이 품종은 커피 녹병에 대한 강한 저항성을 가지고 있으며 수단 루메의 맛과 향의 특성을 가짐과 동시에 커피 베리 질병(CBD. Coffee Berry Disease)에 대한 저항성도 우수한 편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커피 품종은 첫 커피 체리 수확이 3~4년 후에 가능한 것에 비해 F1 하이브리드 품종들은 2년이 지나면 커피 체리 수확이 가능합니다. 센트로아메리카노 품종은 커피 체리가 매우 크고 커피 빈(Coffee bean) 역시 매우 큰 품종 2)입니다. 이 품종은 1,300m 이상의 높은 고도에서 높은 품질의 커피가 생산됩니다.
하지만 이 품종 역시 단점이 존재합니다. 바로 묘목에서 파생되는 가지 또는 열매에서 얻은 씨앗, 이렇게 얻은 종자로 새로운 재배를 시도하면 부모 식물이라 부르는 첫 번째 묘목과는 전혀 다른 특성이 태어날 수 있다는 점입니다. 그렇기에 동일한 품질과 특성의 열매를 얻기 위해서는 농부들은 반드시 종묘사에서 같은 품종을 구매해서 재배하여야 합니다.
1) 중앙아메리카에서 재배되는 커피 품종들의 생산량의 평균을 기준으로 합니다.
2) 커피는 커피 체리에서 과육을 벗겨내고 씨앗을 얻어 이 씨앗을 건조, 가공 후 로스팅과정을 통해 우리가 마시는 커피가 됩니다. 센트로아메리카노 품종은 체리에서 과육을 벗겨내는 과정에서 과육의 양이 많지 않다는, 즉 커피 체리에서 커피 씨앗으로의 펄핑(pulping) 과정에서 손실이 적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 센트로아메리카노 품종에 대한 기타 정보 ■
2010년 중앙아메리카 국가에 본격적으로 보급되기 시작하였습니다. 센트로아메리카노는 2017년 니카라라(Nicaragua)의 COE(Cup Of Excellence)에서 2위를 차지하면서 본격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했습니다. 여전히 몇몇 나라의 COE에서 상위권의 센트로아메리카노 품종이 차지할 정도로 맛과 향이 뛰어난 품종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마침■
이번에는 F1 하이브리드 품종 중 가장 많이 알려진 센트로아메리카노 품종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F1 하이브리드 품종 그룹은 루이루 11(Ruiru 11)을 먼저 소개해드린 경험이 있습니다.
아라비카 품종은 98.8%의 유전적 유사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즉 아라비카 품종은 커피 질병에 취약하다는 치명적인 단점을 가지고 있다는 뜻입니다. F1 하이브리드 품종 그룹의 경우 앞으로 지속적으로 등장할 수밖에 없는 품종이라는 뜻이기도 합니다. 이론상 F1 하이브리드 품종 그룹은 완벽한 커피 품종처럼 들립니다. 여전히 풀어야 할 숙제들이 존재하지만, 급변하는 커피 산업에서 F1 하이브리드 그룹의 등장은 반길수 밖에 없는 희망적인 존재인 것만큼은 사실입니다.
다음에는 다른 품종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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