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커피 품종 16] ■
루이루 11(Ruiru 11).
케냐 커피의 구원자
■ 시작에 앞서 ■
루이루 11(Ruiru 11) 품종은 앞서 설명드린 SL 품종들과 함께 케냐를 대표하는 품종입니다. 카티모르(Catimor) 품종과 사치모르(Sarchimor) 품종이 중남미를 강타한 커피 녹병에 대비 및 대응하기 위해 개량된 역사를 가지고 있는 것처럼, 이 루이루 11 품종의 역사도 커피의 질병으로 인해 시작됩니다.
■ 루이루 11 품종의 역사 ■
루이루 11(Ruiru 11) 품종은 1968년, 케냐 커피 작황의 50%를 파괴한 커피 베리 질병(CBD.Coffee Berry Disease)의 창궐 1)에 인한 피해로 탄생하였습니다. 케냐의 대표 품종인 SL품종들은 뛰어난 맛과 향을 가지고 있었지만 이러한 커피 질병에 너무 취약하다는 단점이 있었습니다. 이로 인하여 1970년대, 케냐농업연구소(현 KALRO. Kenya Agricultural and Livestock Research Organization)에서는 커피 베리 질병에 면역이 있는 품종 개발을 본격적으로 시도하였습니다. 그리고 이 품종의 이름을 부여합니다. 바로 루이루 11입니다. 이 품종은 1985년에 본격적으로 배포되기 시작하였습니다.
Ruiru 11 ⓒesgo
1970년대부터 시작된 품종개량이었지만 1985년에 본격적으로 배포된 품종의 역사에서 알 수 있듯, 이 품종의 개발역사는 매우 길었습니다. 이는 매우 복잡한 방법으로 품종을 개량하였기 때문입니다. 모든 식물의 품종개량의 과정을 반영하는 것은 아니지만 보통의 인공적 품종 개량의 과정은 접목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이러한 과정에서 열매를 맺고 이 열매에서 얻은 씨앗을 다시 심어 묘목을 얻고, 그 이후 원하는 결과를 얻는 순간까지 이 과정을 반복하는 게 일반적입니다 2). 하지만 루이루 11 품종은 더 복잡한 품종 개량의 과정을 거치게 되는데요. 이는 강한 커피 질병의 저항력을 가진 동시에 높은 생산성, 그리고 맛과 향을 가지는 품종을 개발하고자 하였기 때문입니다.
1) CBD는 체리가 갈색 또는 검은색으로 변하여 부패 및 조기 건조를 유발하는 Colletotrichum 곰팡이에 의해 발생합니다. 이것은 커피나무의 수확량과 품질에 매우 나 영향을 미칩니다.
2) 아버지가 작은 농장을 하시면서 얻은 정보로는 열매를 얻는 식물의 품종 개량은 이러한 과정을 거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루이루 11 품종은 묘목에 접붙이기를 통해 품종을 얻는 과정을 반복하는 방식과는 다르게 암수계체를 따로 개발하여 인공교배를 하는 방식을 채택했습니다. 씨앗을 얻고 이 씨앗을 통해 새로운 열매를 얻는 과정에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데 루이루 11의 경우 암수(male/female)를 따로 얻는 방법을 채택했기 때문입니다. 우선 암 계체(Female parent)는 생산성과 저항성을 가진 카티모르(Catimor)품종 1)을 채택했습니다. 커피 질병으로 인한 막심한 피해로 인해 이에 대응하기 위한 품종개량이기에 커피의 저항성을 가진 품종의 특성이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수 계체(Male parent)는 다양한 품종의 특성을 혼합하기로 합니다. 커피 질병에 강한 저항을 가진 티모르 하이브리드의 특성은 저항성은 높여주는 대신 맛과 향을 저하시킨다는 부정적인 결과를 피할 수 없었기에 연구소에서는 새로운 품종이 커피 질병 저항력을 가진 동시에 뛰어난 맛과 향을 가지는 커피를 개발하고자 뛰어난 맛과 향을 가진 품종들의 특성을 가지게 만들고 싶었습니다. 그런 이유로 엄청 다양한 커피 품종이 개량에 사용되었습니다. 여기에 사용된 품종은 SL-28, N39 그리고 K7, 수단루메(Rume Sudan) 등 많은 품종이 채택됩니다. 이렇게 탄생한 암수를 교배하여 얻은 열매와 그 열매의 씨앗을 다시 심어 탄생하게 된 품종이 바로 루이루 11입니다.
1) 루이루 연구소는 커피 질병에 대한 저항성을 가진 품종 특성을 원했습니다. 카티모르 품종은 커피 녹병에 대한 저항성을 가진 특성이 있었으며 이러한 특성과 높은 생산성의 특성을 카티모르 품종이 가지고 있었기에 이 품종을 채택합니다. 월드 커피 리서치(World Coffee Research)에서는 이때 채택된 카티모르 품종이 카티모르 129(Catimor 129)라고 설명합니다. 카티모르 129 품종은 커피 녹병에 대한 저항성을 가지는 동시에 커피 베리 질병에 대한 저항성도 가지고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2) K7 품종과 수단루메(Rume Sudan) 품종은 커피 베리 질병(CBD)에 저항성을 가지고 있기에 품종 개량에 채택됩니다.
■ 루이루 11 품종의 특징 ■
루이루 11(Ruiru 11) 품종은 품종의 탄생의 역사에서 이 품종의 특성을 대부분 유추할 수 있습니다. 이 품종은 SL품종과는 다르게 밀집재배가 가능하며 나무의 키가 낮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커피 질병에 대한 저항성이 강한 품종인데, 특히 커피 베리 질병에 대한 내성이 매우 강하다는 특성이 있습니다. 그러나 다양한 품종의 장점만을 살리기 위해 많은 품종개량을 다양한 연구소에서 진행하지만 수학의 1+1=2라는 공식이 생물학적으로는 성립이 쉽지 않듯, 다양한 품종의 특성을 살리고자 한 이 품종 역시 각 품종의 장점만을 가지고 태어난 것은 아니었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가뭄에 취약하다는 것이었는데요. 케냐는 물이 풍부한 나라가 아니고 가뭄에 강한 SL-28과는 다르게 이 품종은 강수량에 매우 민감한 1) 품종입니다. 또한 복잡한 품종 탄생 과정을 가졌음에도 여전히 대량 번식을 위해서는 반드시 씨앗을 동일한 방법으로 얻어 묘목을 키워야 한다는 단점도 존재합니다. 이러한 이유로 생산성과 저항성이 좋다는 장점에도 케냐의 고령의 커피 농부들은 이 품종을 재배하는데 거부감이 있다고 합니다.
1) 이 품종이 여전히 케냐의 주력 품종이 되지 못하는 이유는 다양하지만 강수량에 민감한 이 품종을 제대로 키우기 위해서는 부족한 강수량에 대비해 대체 수원(물탱크와 같은 시스템)이라는 시설을 농장에서 갖추어야 한다는 것도 그중 하나입니다.
■마침■
이번에는 케냐를 대표하는 품종이자 케냐 커피 산업의 구세주인 루이루 11 품종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루이루 11품종은 커피의 대표 질병 중 하나인 커피 베리 질병에 있어 이에 대응하기 위해 개량된 커피 품종으로 케냐의 커피 산업에 매우 큰 역할을 한 품종입니다. 특히 루이루 11 품종은 앞으로 소개할, 그리고 현재 다양한 원두 품종으로 고객들에게 전달되고 있는 F1 하이브리드(F1 Hybrid) 품종 그룹 1)의 하나입니다.
다음에는 다른 품종에 대해서 공부해 보겠습니다.
1) 카티모르(Catimor), 사치모르(Sarchimor) 품종 그룹과 같이 하나의 원두 품종이 아닌 하나의 품종 그룹으로 F1 하이브리드 품종들을 소개해드릴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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