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알쓸커잡 (알면 쓸모 있는 커피 잡학지식) ■
제49편. 크레마는 우수한 에스프레소의 척도인 걸까?
◆ 에스프레소(Espresso) ◆
에스프레소 한 잔을 떠올리면 보통 황금빛 갈색 크레마가 떠오를 것입니다. 이탈리아에서 에스프레소를 세계에 선보인 이후로 크레마는 에스프레소를 상징하는 부분이 되었습니다. 크레마는 커피 음료의 캔버스 역할을 하며 복잡하고 세밀한 라테 아트를 할 수 있게 해 줍니다. 크레마가 없었다면 이런 일은 불가능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 스페셜티 커피는 가벼운 로스팅 프로파일을 선호함에 따라 과거에 비해 에스프레소에서 크레마가 덜 나타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훌륭한 에스프레소를 만들기 위해 반드시 크레마가 필요할까요?
◆ 크레마(Crema) ◆
크레마라는 용어는 전설적인 밀라노 커피 바 소유자인 아킬레 가찌아(Achille Gaggia)가 1938년경에 시스테마 람포(Sistema Lampo) 에스프레소 머신 프로토타입에 대한 특허를 출원과 함께 탄생하였습니다. 머신을 통해 추출된 에스프레소 위에 올라온 크레마를 처음 본 사람들은 깊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케네스 데이비스(Kenneth Davids)는 자신의 저서 Espresso: Ultimate Coffee에서 가찌아가 "매우 풍부한 커피를 생산하며 커피 자체에서 크림(Cream)을 생산했습니다."라고 표현했었습니다.
제임스 호프먼(James Hoffman)의 The World Atlas of Coffee에 따르면 크레마는 독특한 방식으로 형성됩니다. 그는 뜨거운 물을 이용하여 커피에 압력을 가하면 커피 원두에서 로스팅 중 생성된 이산화탄소(CO2)를 용해시키게 되는데 커피가 추출되는 도중 일반적인 기압으로 돌아가게 되면 추출된 커피 액체는 모든 가스를 붙잡아 둘 수 없게 되고 결국 수많은 작은 거품의 형태로 밖으로 나오게 되는데 이 거품이 크레마라고 설명합니다.
전통적으로 좋은 크레마는 벨벳처럼 두껍고 캐러멜 설탕처럼 표현되기도 합니다. 바리스타는 커피의 신선도와 추출 품질 등 에스프레소의 크레마를 통해 다양한 상황을 판단하기도 합니다.
◆ 크레마의 과학 ◆
어떻게 에스프레소 위에 두꺼운 크레마 층이 생기는지 알기 전에, 무엇이 좋은 크레마를 만드는지 이해해야 합니다.
이상적으로 크레마는 적갈색이어야 하며 혀에 코팅되어 에스프레소의 식감에 더해져야 합니다. 크레마에 갇힌 거품은 입안에서 터지면서 향이 나고 향이 코 뒤쪽까지 올라가 에스프레소의 풍미를 증폭시키게 됩니다. 거품은 균일한 구조와 작은 크기의 기포가 균일하게 분포되어야 합니다. 기포가 작을수록 좋은데 이는 크레마를 더욱 안정적으로 만들고 시각적인 매력과 진한 바디감을 향상시킵니다.
크레마가 형성되면 커피에 어떤 영향을 주는 걸까요?
첫 번째
커피 입자에 갇혀 있는 이산화탄소의 양에 영향을 줍니다. 커피가 신선할 때 CO2는 어느 정도 압력을 받더라도 커피 안에 갇혀 있습니다. 그리고 에스프레소 추출 과정에서 물에 의해 밀려나도 가스는 더 높은 압력으로 인해 여전히 압축되어 있게 됩니다. 하지만 추출이 완성되는 커피 퍽 바닥에서 높은 압력은 대기압으로 바뀌게 됩니다. 이로 인해 작은 압축 기포의 크기가 커지고 적갈색 거품이 형성됩니다.
두 번째
커피의 화학적 화합물이 거품 구조를 안정화하는 데 도움을 줍니다. 이것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거품을 생성하는 커피 오일과 결합된 탄수화물 및 멜라노이딘과 같은 큰 분자의 존재 때문입니다.
◆ 크레마. 꼭 필요한가? ◆
크레마는 전반적으로 에스프레소에서 필수적 역할을 합니다. 크레마는 에스프레소의 바디감과 촉감을 향상합니다. 또한 크레마에 갇힌 향은 커피의 단맛을 증폭시킬 수도 있습니다.
또한 크레마가 에스프레소의 방향족 화합물(volatile aroma compounds)의 방출을 늦출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크레마는 휘발성 향기 화합물을 유지하는 보호층 역할을 하며 기름과 물에 더 쉽게 용해되는 특정 화합물의 방출 속도를 높일 수도 있습니다.
우유 기반 음료(milk-based beverages)의 경우 크레마 층을 두는 것이 필수입니다. 크레마는 에스프레소와 우유를 결합하는 데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라테 아트를 보다 쉽게 만들 수 있는 캔버스 역할도 합니다. 바리스타는 에스프레소를 부드럽게 휘저어 균일한 크레마 층을 만든 후 소량의 우유를 부어 커피를 얼룩지게 합니다. 우유의 흰색과 적갈색 크레마의 뚜렷한 대비는 음료 표면에 균일하고 대칭적으로 퍼진 디자인으로 라테 아트를 더욱 선명하고 뚜렷하게 보이게 합니다.
◆ 크레마. 품질의 척도? ◆
고객의 관점에서 볼 때 크레마는 에스프레소 품질을 나타내는 지표가 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전통적으로 에스프레소에는 두꺼운 크레마 층이 필수였습니다. 그러나 스페셜티 커피의 등장과 로스팅 프로필이 점점 더 다양해짐에 따라 특정 에스프레소에서 얼마나 많은 크레마를 필요로 할 것인지 판단하는 것은 로스터와 바리스타의 몫이 되었습니다.
에스프레소에 달콤함과 크리미 한 식감이 있기를 원한다면 크레마는 좋은 지표가 되는 경우가 많겠지만 다른 스타일의 에스프레소를 선호한다면 크레마가 적거나 전혀 없는 것이 더 나을 수도 있습니다.
◆ 크레마를 해석하자 ◆
에스프레소의 추출 과정에서 크레마가 형성되는 방식을 통해 우리는 배울 수 있는 것이 있습니다. 커피의 추출 중에 채널링이 발생하게 되면 에스프레소 위에 크레마가 덜 형성됩니다. 로스팅이 오래되지 않은 신선한 커피일수록 더 많은 크레마가 생성됩니다. 따라서 커피가 너무 많으면 원두가 너무 신선하다는 뜻이므로 일반적으로 쓴맛(디개싱이 덜 된 커피의 영향)이 납니다. 또한 크레마의 모양에 따라(다크 로스팅 된 커피일 경우) 커피가 과하게 추출되었는지 과소 추출되었는지 알 수 있습니다.
궁극적으로 크레마는 추출 과정에서 일어나는 일을 나타내는 지표이지만 우수한 에스프레소를 나타내는 것은 '더는' 아닙니다. 에스프레소가 발전함에 따라 크레마와 크레마의 중요성에 대한 업계의 시선도 많이 바뀌었습니다. 크레마는 인상적인 라테아트를 만드는 데 있어서 여전히 필수적인 역할을 하고 있지만 에스프레소를 크레마만으로 판단해서는 안 됩니다.
무엇보다도 에스프레소 품질은 맛과 질감에 따라 결정되어야 하며 개인 선호도도 고려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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