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알쓸커잡 (알면 쓸모 있는 커피 잡학지식) ■
제42편. 원산지별 커피 이야기 - 쿠바
◆ 쿠바(Cuba) ◆
쿠바라는 나라 하면 어떤 것들이 생각나시나요? 야구를 좋아하시는 분들께서는 이 나라의 지명이 낯설지 않으실 겁니다. 그리고 영화를 좋아하시는 분들에게는 멋진 해변과 엄청 굵은 형태의 담배가 떠오르실지 모르겠습니다.
사실 쿠바는 커피 역사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 나라입니다. 이번에는 쿠바의 커피 역사를 한번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 호세 안토니오 겔라베르(Jose Antonio Gelabert) ◆
쿠바에 전달된 최초의 커피는 호세 안토니오 겔라베르가 가져온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그는 쿠바에 최초로 커피나무를 수입한 사람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바르셀로나 출신인 호세는 1748년에 도미니카에서 쿠바로 커피나무를 가져와 심으면서 쿠바 최초의 커피 농장을 설립했습니다.
◆ 커피 커피 생산 국가가 되다 ◆
쿠바의 커피 산업은 빠르게 성장하였습니다. 1791년 아이티에서 일어난 혁명으로 많은 프랑스인 농장주들이 쿠바로 피난 오게 됩니다. 그들은 커피 재배에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이들로 인해 서부 평야에서 재배되던 커피들은 인근의 산맥 지역으로 농장을 이동하게 되었고 이로 인해 쿠파의 커피 생산량이 크게 증가하게 됩니다. 이렇게 쿠바는 거대 커피 생산 국가이자 커피 수출 국가가 되었습니다. 쿠바의 커피 생산은 1820년대에 설탕의 생산량을 뛰어넘었고 1950년대 중반에는 연간 20,000톤에 이르게 됩니다.
◆ 쿠바 혁명 ◆
1953년 쿠바의 국가의 미래에 큰 영향을 주는 큰 사건이 일어나게 됩니다. 피델 카스트로(Fidel Castro)가 주도한 쿠데타가 바로 그것입니다. 쿠바 혁명으로 불리는 이 사건으로 쿠바의 커피 산업은 엄청나게 큰 변화가 찾아오게 됩니다.
쿠파 혁명으로 인해 많은 산업이 국유화가 되었는데 커피 산업도 그중 하나였습니다. 새로운 정부는 농부들에게 "토지의 재분배"를 공약으로 발표합니다. 당시 쿠바인들에게는 매우 달콤한 속삭임이었습니다. 이 당시의 쿠바는 도박과 마약, 범죄행위가 만연해 있던 시절이었기에 그들에게 혁명의 과정은 희망과도 같았습니다. 그러나 쿠바인들의 희망은 좌절로 바뀌는 데 오래 걸리지 않았습니다. 토지 재분배의 모든 과정이 국유화라는 명목으로 정부의 부정부패의 수단으로 이용되었기 때문입니다. 또한 새로운 정부는 쿠바 국민들에게 매달 일정한 양의 식량과 커피만을 배급하게 됩니다. 쿠바인들에게는 매달 4온스의 커피만이 배급되었습니다.
◆ 소련 ◆
카스트로의 시대 이후 쿠바의 커피 산업의 가장 큰 변화는 대규모의 농장이 해체와 소규모 농장의 생산 감소였습니다.
커피 생산량 감소의 위기에 이어 1962년 미국은 쿠바에서 수입되는 모든 상품에 대해 금수 조치를 취하게 됩니다. 쿠바 정부는 미국 시장을 포기하는 대신 소련과의 동맹을 통해 상품들을 수출하게 됩니다.
소련은 쿠바의 최대 커피 수출국이 되었습니다. 막대한 커피 수출 국가가 생겨나자 쿠바의 커피 생산량은 다시 늘어났습니다. 그리고 1980년대 말에는 1,200만 kg 수준의 생산이 가능해지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1988년 소련의 해체되면서 한순간에 쿠바는 커피를 수출할 빅 마켓을 잃어버리게 되었습니다. 쿠바의 커피 산업은 가파르게 쇠퇴하게 됩니다. 특히 2008년에는 19만 kg 수준까지 감소하게 됩니다.
◆ 최초의 커피 농장 ◆
쿠바의 남동부에는 세계 문화유산(UNESCO)으로 지정된 커피 농장들이 있습니다. 시에라 마에스트라(Sierra Maestra)에는 171개의 역사적인 커피 농장 유적들이 위치해 있습니다. 이 농장들은 농장 중앙에 농장 소유자의 거주지가 있으며 열대 기후에 적합한 바스크 건축 양식으로 지어져 있습니다. 소유자의 집 주변으로는 나무와 나뭇잎으로 만들어진 노예들의 숙소가 있습니다. 그리고 농장에는 커피 건조를 위한 계단식 건조층(secadero) 및 밀링과 로스팅을 위한 시설들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 카페 쿠바노(Cafe Cubano) ◆
카페시토(Cafecito) 또는 쿠바(Cuban)이라고도 불리는 카페 쿠바노는 쿠바인들이 마시는 에스프레소 커피의 일종입니다. 사실 카페 쿠바노의 등장은 쿠바 혁명으로 인해 부족해진 커피로 인해 쿠바인들이 마실 커피가 부족해져서 만들어진 커피 음료입니다. 카페 쿠바노는 모카포트로 끓인 커피 한 잔에 3~4명의 가족이 나눠 마실 수 있습니다.
카페 쿠바노를 만드는 방법은 복잡하지 않습니다. 모카포트로 끓인 에스프레소 1샷에 설탕 2스푼을 추가하면 만들어집니다. 추출된 커피에 설탕을 넣고 마구 휘저으면 거품이 생기게 되는데 이렇게 만들어진 커피를 그냥 마시거나 연유를 넣어서 마시면 됩니다.
◆ 데메라라 설탕(Demerara Sugar) ◆
카페 쿠바노를 만드는 데 설탕이 들어가게 된 이유 역시 쿠바 혁명 때문입니다. 쿠바 국민들은 부족한 식량과 커피를 보급받았는데, 이 부족한 커피를 마시기 위한 방법이 필요했고 당시 쿠바에서 구하기 쉬운 식재료가 바로 비정제 설탕인 데메라라 설탕이었습니다. 부족한 커피 배급량에 의한 어쩔 수 없는 쿠바 국민들의 어쩔 수 없는 선택지였던 것입니다.
◆ 콩 맛이 나는 커피 ◆
쿠바 커피를 상징하는 또 하나의 커피 문화는 콩과 커피를 섞는 문화입니다. 안타깝게도 이 문화 역시 쿠바의 경제 상태를 증명하는 하나의 지표가 되었습니다. 쿠바에서는 식량과 커피를 배급하고 있다고 위에서 언급했습니다. 쿠바에서는 커피 산업이 굉장히 쇠퇴했습니다. 그로 인해 종종 국민들에게 배급할 커피조차도 부족해지는 경우가 생기곤 했습니다. 이럴 경우 커피에 볶은 콩을 커피와 섞어서 배급을 하고 있습니다. 커피와 섞는 콩들은 치차로콩이나 병아리콩이 대부분입니다. 쿠바인들에게는 커피 맛에서 콩의 맛이 나면 나라의 경제가 어려워졌다고 해석한다고 합니다.
◆ 현재의 쿠바 커피 ◆
아픈 과거를 가진 쿠바의 전통 커피들은 현재에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카페 쿠바노를 포함한 다양한 쿠바 커피들이 현재의 방식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콜라다(Colada) 커피는 카페 쿠바노의 대용량 방식입니다. 카페 콘 레체(Cafe Con Leche)는 우유가 들어간 커피로 주로 아침식사에 제공되는 커피입니다. 유럽에서는 카페 오레(Cafe au lait)나 카페 미스토(Cafe misto)로 불리는 커피 제조 방식입니다. 코르타디토(Cortadito) 커피는 달콤한 커피 음료로 카페 쿠바노의 베이스에 스팀 우유를 섞어 만든 커피입니다. 카페 콘 레체와 차이점은 커피 베이스의 차이도 존재하지만 코드타디토 커피의 경우 우유와 커피와 5:5 혹은 커피의 비율이 더 높은 음료인데 비해서 카페 콘 레체는 우유의 양이 더 많은 것이 차이점입니다.
소련 연방의 해체 이후 사상 최저치의 생산을 기록했던 쿠바 커피 산업은 정부의 가격 인상과 인프라 시설 투자 등으로 연간 생산량이 350만 kg까지 회복하였습니다.
◆ 사람을 모으는 수단 ◆
쿠바에서 커피는 일상에서 매우 중요한 문화입니다. 쿠바인들은 사람을 만나고 모이는 하나의 수단으로 커피를 사용하기도 합니다. 진한 커피음료는 길거리의 카페 또는 친구들과의 만남이나 이웃을 초대하는 등 긴 만남을 위한 자리에서 활용되고 있습니다. 쿠바에서는 스토브 위에 커피 메이커가 자리 잡고 있으며 방문객들에게 커피를 제공하는 것은 중요한 관례 중 하나로 간주되기도 합니다.
그러나 대부분 쿠바인들은 커피를 마시기 위해 카페를 방문합니다. 이유는 다양하지만 가장 큰 이유는 집에서 마시는 커피보다도 카페에서 구입하는 커피가 가격이 더 저렴하기 때문입니다. 일반적으로 1 쿠바 페소라면 카페 쿠바노 한 잔을 카페에서 즐길 수 있습니다.
◆ 커피 생산 ◆
쿠바 커피의 92%는 현재 시에라 마에스트라 산맥 지역에서 재배되고 있습니다. 이 외에도 Pinar del Rio와 Escambray 지역에서도 커피가 재배되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커피는 소규모 소작농들에 의해 커피가 재배되고 있습니다. 커피 품종은 다양하지는 않지만 아라비카 품종과 로부스타 품종 모두 재배하고 있습니다.
◆ 주요 커피 수출 국가 ◆
쿠바의 커피를 수입하는 대표 국가는 일본과 프랑스입니다. 이 밖에도 독일과 영국, 캐나다 및 뉴질랜드에도 소량이 수출되고 있습니다.
쿠바의 모든 커피는 Cubaexport를 통해 수출됩니다. Cubaexport에서는 쿠바 정부가 결정한 가격으로 커피를 구매하고 판매하고 있습니다.
◆ 쿠바 커피 등급 ◆
분류 명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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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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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L (Extra Turqui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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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린 사이즈 18 초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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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L (Turqui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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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린 사이즈 17~18
|
AL (Altu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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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린 사이즈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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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ta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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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린 사이즈 15~16
|
Cumbre
|
스크린 사이즈 14~15
|
◆ 마침 ◆
다음에는 다른 커피 재배 국가의 커피 이야기를 계속 이어가 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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