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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편. 원산지별 커피 이야기 - 엘살바도르
◆ 엘살바도르(El Salvador) ◆
엘살바도르는 매력적인 커피를 재배하는 국가입니다. 커피 품종에 관심이 있으신 분들이라면 파카스(Pacas)품종과 파카마라(Pacamara)와 같은 매력적인 커피 품종이 탄생한 나라라는 것을 떠올리실 수도 있으실 겁니다. 이번에는 엘살바도르의 커피 역사를 한번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 to 쿠바 ◆
엘살바도르에 심어진 최초의 커피는 쿠바에서 넘어왔습니다. 1770년에서 1790년 사이에 넘어온 이 최초의 커피는 당연히 재배의 어려움으로 인해 인기를 받지 못했습니다.
◆ 고급 작물 ◆
커피가 엘살바도르에서 본격적으로 재배가 된 것은 커피라는 작물이 유럽에 비싸게 팔리는 작물이라는 것이 알려진 뒤부터입니다. 이 시장을 빠르게 장악하는 것은 나라의 경제에 큰 영향을 줄 것이라 생각한 당시의 정부는 커피 산업의 발전을 위해 커피 농사를 장려하기 시작합니다.
1850년대에 정부는 커피를 재배하는 농부들에게 군 면제, 커피의 최초 수확 후 10년간 수출 관세 면제와 같은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하였습니다.
◆ 인디고페라(indigofera) ◆
이러한 정부의 커피 농업 장려 정책에도 불구하고 커피 산업은 바로 정착하지 않았습니다. 당시 엘살바도르는 인디고페라인디고라는 천연염료를 수출하고 있었는데, 이 작물은 커피에 비해 재배가 매우 쉬웠습니다. 커피가 특정 고도에서 생산성이 높아지는 반면에 인디고는 모든 고도에서 잘 자랐기 때문입니다.
◆ 거대 산업으로 성장 ◆
1880년대, 커피 수출량이 인디고의 수출량을 뛰어넘어버립니다. 엘살바도르의 커피 산업 성장은 멈출 줄 몰랐으며 1920년대에 들어서는 나라의 수출량의 90%가 커피가 될 정도로 성장했습니다. 이는 다른 나라와 비교를 해보면 더 놀라운데, 과테말라나 코스타리카와 같은 국가는 국가의 재정적/기술적 지원을 받아 성장한 반면 엘살바도르는 이러한 지원 없이 커피 산업이 성장 1) 했기 때문입니다. 커피 산업은 단순히 농업을 가속화할 토지 증가뿐만 아니라 도로 및 철도 개발의 촉매제가 되었을 정도로 국가적으로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되었으며 국가 모두가 커피 산업에 참여를 할 정도로 비중이 큰 산업이 되었습니다.
1) 특히 단순히 커피 농장의 면적의 증가로 인한 커피 생산의 증가가 아닌 헥타르당 생산량이 증가했습니다.
◆ 정치적 문제 ◆
커피 산업의 가파른 성장은 산업 발전에 도움이 되는 도로나 철도와 같은 인프라 사업의 막대한 투자로 이어졌습니다. 이러한 부의 창출의 파티에서 대부분의 농부들은 제외가 되고 있었습니다.
19세기 후반, 부패한 대통령과 정치인들은 소작농들은 물론이며 공동 소유지를 압류하기 시작합니다. 이로 인해 엘살바도르의 정치인들은 막대한 규모의 농장을 보유하기 시작했습니다. 1895년 토마스 레갈라도 대통령은 혼자서 6,000헥타르 이상의 농장을 보유하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부정부패는 줄어들지 않았습니다. 정부는 커피 생산 촉진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공동 토지 소유 불가라는 정책을 펼쳤습니다.
이럼에도 불구하고 엘살바도르의 커피 산업은 거침없이 계속 성장했습니다. 특히 1880년에서 1914년 사이에 수출된 커피의 양은 1,100%나 증가했습니다. 정부는 농부들에게 약속한 대로 과세를 부가하지 않았지만, 수출 과정에서 자체적으로 관세를 적용하면서 판매하면서 막대한 수입을 얻게 됩니다. 이 시기에 엘살바도르의 국가 수입의 59%가 커피 관세로 인한 수입으로 발생하게 됩니다. 이때 벌어들인 수입으로 궁전과 빌라 페르미나(Villa Fermina), 경찰청, 국립 왕국 및 국립 극장, 산타 아나(Santa Ana)와 같은 극장을 만들게 됩니다.
이러한 부정부패는 대형 커피 농장주들의 정치 개입으로 이어집니다. 이들은 막대한 금액을 정부와 군대에 투자 명목으로 지원하였고 이로 인해 국가에서 막대한 영향력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 대공황과 내전 ◆
세계의 대공황의 시기에 엘살바도르 역시 큰 위기를 겪습니다. 전 세계적인 경제 위기는 엘살바도르의 커피 재벌들에게 막대한 손해를 입히게 됩니다. 하지만 동시에 가난한 소작농들 역시 생계를 잃어버리게 됩니다. 이로 인해 폭동이 일어나고 내전으로 이어지게 됩니다. 특히 커피 산업에서 농장주들과 일꾼들의 내전이 발생하게 됩니다.
내전이 끝난 뒤 엘살바도르의 커피 산업은 황폐화되었습니다. 오랜 내전으로 토지가 황폐화되었고 이 시기에 찾아온 커피 녹병(CLR)으로 많은 커피나무가 죽어버렸습니다. 설상가상으로 1987년에는 전 세계적으로 커피 가격이 35%가 하락해 버렸습니다. 누적된 피해로 인해 커피 재배 면적은 과거와 똑같았으나 생산량은 급감하게 됩니다.
특히 커피를 재배하는 농가들은 '전쟁세'라는 부당한 세금을 지급해야 했고 판매 가격의 50%에 육박하는 수출세를 부담해야 했습니다. 농가들은 자금 부족으로 투자가 줄어들게 되었고 많은 농부들은 커피 재배를 사실상 포기하게 됩니다.
◆ 재건을 위한 노력 ◆
1970년대까지 세계 4위의 커피 생산국이었던 엘살바도르는 과거의 명성을 되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내전이 끝난 뒤 국가에서는 농지 개혁과 재분배를 시작하였습니다. 이를 통해 현재 커피 재배를 하는 농부들 중 95%가 20헥타르 미만의 토지에서 커피를 재배하고 있습니다. 또한 누구도 245헥타르 이상의 농지를 소유할 수 없습니다. 많은 공장은 공정 무역 협동조합에 의해 소유되어 있으며 이들은 엘살바도르의 커피 품질을 인증하고 산업을 보호해 주고 있습니다.
엘살바도르에서는 재배 생산량의 60%정도가 버번(Bourbon)품종으로 향과 맛이 좋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CLR로부터 취약하다는 단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2011년부터 2013년까지 CLR에 의한 피해로 생산량의 20%가 감소하기도 했습니다.
◆ 파카스(Pacas) ◆
파카스 품종은 엘살바도르에서 유래한 품종입니다. 버번 품종의 자연 돌연변이인 파카스 품종은 1949년 페르난도 알베르토 파카스 피게로아(Fernando Alberto Pacas Figueroa)에 의해 자신의 농장인 산 라파엘(San Fafael)에서 발견되었습니다. 파카스는 키가 낮은 품종으로 밀집 재배가 가능한 품종입니다. 또한 강풍에도 강하다는 특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엘살바도르를 대표하는 또 하나의 품종인 파카마라 품종은 파카스와 마라고지페(Maragogipe) 품종의 교배로 탄생한 품종입니다. 지금은 사라진 엘살바도르 커피 연구소(ISIC. Instituto Salvadoreño de Investigaciones del Café)에서 개발하였습니다. 이 품종은 현재에도 컵 오브 엑설런스(COE.Cup Of Excellence)에서 상위에 들 정도로 맛과 향이 우수한 품종입니다.
◆ 주요 재배 지역 ◆
엘살바도르의 커피는 그늘을 이용하여 커피를 전통적으로 재배하고 있습니다. 엘살바도르의 커피 농장은 평균 1,200m~1,500m에 주로 위치해 있습니다. PROCAFE(Fundación Salvadoreña para Investigaciones en Café)에서는 커피의 특성과 고도를 기준으로 7곳의 커피 재배 지역을 구분하였습니다.
* 아파네카-일라마테펙(Apaneca-Ilamatepec)
엘살바도르 서부 지역에 위치하고 있으며 고도가 500m~2,365m인 이 지역은 엘살바도르 최초의 커피 원산지로 알려진 곳입니다. 이 지역에는 유명한 산타아나 화산(Santa Ana Volcano)이 있으며 이 주변에서 커피가 재배되고 있습니다.
* 중부 벨트/엘 바살모-케살테펙(Central Belt/El Básalmo-Quezaltepec)
케찰코티탄 문명(Quetzalcotitán civilisation)의 본거지인 이 지역은 산살바도르 화산과 풍부한 화산 토양을 가지고 있습니다. 해발 500m~1,900m의 고도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 테카파-친콘테펙(Tecapa-Chinchontepec)
해발 500m~2,000m의 고도로 이루어진 이 지역에는 해달 2,130m의 높이를 자랑하는 차파라스티크 화산(Chaparrastique Volcano)이 있습니다. 이 지역은 엘살바도르에서 세 번째로 큰 생산지역입니다.
* 카카우아티크(Cacahuatique)
해발 500m~1,663m의 고도로 이루어진 이 지역은 산 미구엘(San Miguel)과 모라잔(Morazan) 사이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이 지역의 토양은 점토 같은 특성을 가지고 있어 이곳에서 새 나무를 심기 위해서는 큰 구덩이를 판 뒤 비옥한 흙으로 채워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 나우아테리케(Nahuaterique)
북부 모라잔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북쪽으로 온두라스, 남쪽으로는 토롤라 계곡과 접해 있는 지역으로 상록수림의 땅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 알로테페케-메타판(Alotepeque-Metapan)
이 지역은 해발 1,000m~2,000m로 매우 높은 지역입니다. 엘살바도르의 최북단으로 매우 높은 품질의 커피가 재배되고 있습니다.
* 친촌테펙(Chinchontepec)
라 파즈(La Paz)와 산 비센테(San Vicente) 사이에 위치하는 지역입니다. 산 비센테 화산은 해발 2,130m입니다. 엘살바도르에서 가장 최근에 커피를 생산하기 시작한 지역으로 이 지역은 커피 재배에 적합한 환경으로 유명한 농장이 위치해 있습니다.
◆ 현재 ◆
1980년대에 엘살바도르의 커피 산업은 국내 총생산(GDP)의 50%를 차지할 정도로 높은 비중을 차지했습니다. 이후 국가 내전과 경제 위기, 그리고 커피 가격의 폭락으로 인해 2002년에는 커피 산업이 총 GDP의 3.5%의 비중으로 낮아졌습니다. 이로 인해 7만 명의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일부 지역에서는 여전히 커피 산업이 지역 경제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커피 농부들은 열대우림 동맹 인증을 통해 커피 가격을 인정받고 있습니다. 또한 다양한 국제단체의 영향을 받으면서 다시 많은 농부들이 커피 재배를 시도하고 있습니다.
엘살바도르의 커피 산업이 치유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지표가 하나 있습니다. 바로 커피의 자체 소비량의 증가입니다. 2020년, 엘살바도르에서는 전년 대비 2만 kg이 증가한 76만 kg의 커피가 생산되었습니다. 이 해 수출량은 58만 kg으로 전년 대비 2만 kg이 줄어들었는데, 2만 kg의 자체 소비가 늘었다는 것과 이를 소비할 여력이 생겼다는 것으로 해석을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엘살바도르 커피는 혁신, 품질 표준화 등의 다양하고 적극적인 활동으로 인해 다시 전 세계 10위권의 커피 생산국으로 복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 엘살바도르 커피 등급 ◆
명칭
|
분류 기준
|
|
SHG
|
Strictly High Grown
|
1,200m 이상
|
HG
|
High Grown
|
900m-1,200m
|
CS
|
Central Standard
|
900m 미만
|
◆ 마침 ◆
다음에는 다른 커피 재배 국가의 커피 이야기를 계속 이어가 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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