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알쓸커잡 (알면 쓸모 있는 커피 잡학지식) ■
제3편. 스페셜티
◆ 시작에 앞서 ◆
1편과 2편의 글에서 커피의 점수를 채점하게 된 이유와 커핑, 그리고 커핑의 평가 항목과 채점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이를 토대로 많은 커피 관련 업체에서는 스페셜티(specialty)라는 특별한 커피에 대해 언급합니다. 이번에는 스페셜티에 대한 기준과 제 생각에 대해 적어보겠습니다.
ⓒbestqualitycoffee
스페셜티 커피에 대한 평가는 주관적인 요소가 반드시 포함되어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커피는 기호식품이며 서로 커피를 평가하는 저마다의 기준과 평가항목이 존재합니다. 커피가 받은 점수와는 별개로 커피는 저마다 선호하는 커피가 있다고 저는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에 스페셜티 커피에 대한 저의 주관적인 의견도 이 글에 녹아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너무 불편해하지 말아 주세요)
◆ 스페셜티 커피는 무엇인가(What is special coffees?) ◆
스페셜티 커피(Special coffee)에 대한 용어는 1974년 Tea&Coffee Trade 저널에서 처음 언급되었다고 전해집니다. 이때 특수 미생물에 의해 커피에서 추출되는 최고의 향미에 대해 설명하기 위해 이 용어를 사용하였다고 합니다.
스페셜티 커피는 SCA(Specialty Coffee Association)에서 정한 기준에 따라 커피를 평가하여 100점의 만점 기준에서 80점이 넘는 커피에 대해 스페셜티 커피라고 합니다.
◆ 스페셜티 커피라면 다 같은 커피? ◆
스페셜티 커피라는 문구로 요즘 많은 커피 업체에서 마케팅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스페셜티 커피라면 다 비슷한 수준의 커피라고 볼 수 있을까요? 80점과 85점의 평가를 받은 커피의 차이는 무엇이며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 스페셜티 커피라 해도 차이가 존재한다? ◆
2편에서 저는 스페셜티 커피를 평가하는 항목과 그 항목에 대한 채점 방식에 대해 설명드렸습니다. 이 점수표를 다시 가져와보겠습니다.
스페셜티 커피에 대한 채점 항목 역시 SCA의 커핑과 동일합니다.
커핑에서는 원두를 채점하는 6가지 항목(향/향미/후미/산미/바디/밸런스)이 있습니다. 이와 같이 6가지의 항목을 평가합니다. 이는 최대한 객관적인 평가로 샘플을 평가해야 합니다.
이와는 별개로 나머지 4개의 항목(클린컵/균일성/단맛/총점)은 이와는 별개로 주관적인 평가 요소도 존재합니다. 이 중 총점을 제외한 3개의 항목은 5개의 샘플의 균일성을 방해하는 결점(defect)을 찾는 것에 주로 포커싱이 되어있습니다.
자, 그럼 4개의 항목에 대해서는 결점이 존재할 만한 커피를 농장에서 제공하지 않을 겁니다. 40점은 기본적으로 커피 점수가 베이스로 깔려있다고 가정하겠습니다.
◆ 본격적인 커핑 스코어에 대한.. ◆
커피를 채점하는 점수에 대해 40점이라는 기본 베이스 점수를 가진 상태로 커피를 평가를 한다고 가정한 채로 커피 점수를 채점해 보겠습니다.
저는 A, B, C라는 3가지의 커피를 가지고 채점을 해보고자 합니다.
■ A커피.
7+7+7.5+7+7+7 = 42.5
42.5 + 40 = 82.5
■ B커피.
8+7.75+7.75+7.75+7.75+7.75 = 46.75
46.75 + 40 = 86.75
■ C커피.
9.5+9.5+9.25+9.5+9.5+9.5 = 56.75
56.75 + 40 = 96.75
A커피와 B커피의 경우 커핑을 해보지 않으셨는 분들에게는 매우 작은 점수 차이라고 생각이 되실 겁니다. 그와는 반대로 C커피의 경우 B커피와 10점 차이를 보입니다. 점수로만 보면 모두 훌륭한, 스페셜티 커피의 기준을 충족합니다.
그렇다면 A, B, C 커피의 커핑 노트를 비교해 보겠습니다.
■ A커피. - 볶은 땅콩/마카다미아/옥수수/스무스
■ B커피. - 블랙베리/아몬드/다크초콜릿/당밀
■ C커피. - 플로럴/라즈베리/크랜베리/말린 자두/시럽/사과
이렇게 커핑 노트를 비교해 보자면 조금은 커피의 차이를 느끼실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A커피는 평범하고 밋밋한 뉘앙스라고 느껴진다면 B커피는 A커피보다는 조금 더 복잡한 향미를 가졌을 것이라 추정되며 C커피의 경우 정말 화려한 향미를 가졌을 것이라고 느껴질 거라 생각되기 때문입니다.
그럼 A커피와 B커피, 그리고 C커피의 가격을 알려드리겠습니다. (1KG 생두 기준이며 가격의 경우 생두 구입 여부와 구입 루트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 A커피. - 10,200원
■ B커피. - 21,500원
■ C커피. - 359,000원
A커피는 브라질 1) 커피이며, B커피는 에티오피아, 그리고 대망의 C커피는 파나마 게이샤 커피입니다.
1) 요즘은 브라질에서도 향미의 다양성을 가진 품종이 많이 출시되고 있습니다. 여기서 평가한 브라질 커피는 과거에 우리나라에서 많이 사용된 유형의 브라질 커피입니다. 스코어의 차이에 대해 이런 유형의 커피를 선택하였습니다
◆ 비싼 게 무조건 좋은 건가? ◆
커피를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커핑 점수 스코어의 차이, 그에 따른 커피 향미의 뉘앙스의 차이, 그리고 가격의 차이에 대해 이해하실 거라고 추측해 보겠습니다.
그렇다면 커피가 무조건 비싸고 점수가 높으면 좋은 건가? 저는 이것은 또 아니라고 조심스럽게 말해보려 합니다.
저마다 사람들은 좋아하는 커피들이 있습니다. 누군가는 좋은 산미의 경험, 누군가는 묵직한 바디감, 누군가는 단맛이 좋은 커피 등등... 다양한 취향이 존중받는 지금의 커피 시장입니다.
그런데 저 스코어에서 높은 점수의 산미가 어떤 느낌일지, 높은 바디감은 어떤 바디감인지 사람들은 공감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파나마 게이샤는 크게 2가지의 향의 특성을 가진다고 말합니다. 재스민(Jasmine)과 베르가못(Bergamot)입니다. 커피에서 높은 스코어를 받는 커피들은 이런 차(tea)에서 느낄 수 있는 향미적인 요소를 많이 가지고 있습니다. 이런 티 같은(Tea like) 커피를 좋아하는 분들에겐 높은 평가를 받겠지만 저 개인적으로는 이런 차에서 느낄 수 있는 향미적인 요소보다는 베리(berry)류에서 느낄 수 있는 단맛과 향을 더 선호합니다.
이러하듯, 저마다 원하는 커피 특징이 있기 때문에 저는 이런 점수의 차이가 반드시 좋은 커피라고 말하지는 않고 있습니다. 낮은 점수의 커피는 향미(flavour)의 다양성이 고점의 커피에 비해 적은 것이라고 저는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 그럼 싼 커피, 낮은 점수의 커피를 마시면 되겠네 ◆
이것에 대해서는 소비의 관점에서 조금 다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앞서 커핑 채점 항목에서 4가지 항목에 대해 40점을 가정한 채로 커피 점수를 채점해 봤지만, 실제로는 이렇게 커핑 점수를 채점하지 않습니다. 7점, 혹은 7점보다 낮은 향미적 평가를 받는 커피의 경우 이 4가지 항목에서도 낮은 점수를 평가받기 때문입니다.
단순 커피 소비자가 아닌 커피 생두를 다루는 로스터들의 입장에서 낮은 점수, 저가의 커피의 경우 품질적인 문제를 가질 확률이 높습니다. 생두의 품질, 즉 결점두 defect bean라고 하는 불량이 섞여있어 낮은 품질의 커피일 경우가 높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결점두들은 로스팅되어서 커핑을 할 경우 채점 요소 중 하나인 커피의 균일성, 즉 균일적인 맛을 해칠 수 있는 결점 요소가 됩니다.
낮은 점수의 커피는 향미의 다양성이 떨어진다고 저는 말했습니다. 낮은 향미의 다양성은 스페셜티 커피 시장에서 높은 평가를 받지 못합니다. 이는 상업적인 요소, 즉 고가의 제품으로 만들 요소가 부족하다는 것입니다. 다양하면서도 복잡한 커피의 향미를 원하는 고객들이 많아지는 커피 산업에서 이러한 커피들이 점차 시장에서 밀려나가고 있는 것이 현재의 커피 시장입니다.
요약해 보자면, 낮은 점수/가격이 싼 커피는
1. 커피, 생두를 다루는 업체들의 경우 낮은 품질의 리스크와 낮은 향미의 다양성의 커피를 다루게 된다는 것과
2. 커피 산업에서 자신들이 다루는 커피가 높은 상업적 가치를 받길 원하는 커피 업체들은 서로 간의 경쟁에서 상업적인 가치가 떨어진다고 평가받는 커피들을 다루지 않으려 한다는 것
3. 이러한 이유로 낮은 점수의 평가를 받은 커피를 소비자가 접하게 될 경우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것입니다.
◆ 작지만 큰 차이 ◆
커핑 스코어의 점수 채점을 해보면 7점은 Very good, 그리고 8점은 Excellent로 표현합니다. 점수는 단 1점 차이이지만 커퍼(cupper)가 느끼는 감동의 차이는 생각보다 큰 것이죠.
그리고 이 작은 점수의 차이는 생각보다 큰 상업적 특성의 차이를 보이게 됩니다. 80점의 스페셜티 커피와 85점의 스페셜티 커피의 차이는 향미의 많은 다양성의 차이를 가지게 되고 원두의 품질 차이를 나타내기도 하며 이러한 이유로 커피 가격의 차이를 발생시키기도 합니다.
그렇기에 요즘 많은 카페들은 단순히 스페셜티 커피를 다룬다는 메시지보다 점수를 표현하여 자신들이 다루는 커피들의 차이를 표현하기도 합니다.
◆ 마침 ◆
넘쳐나는 스페셜티 커피 시장에서 스페셜티 커피의 점수 채점에 대한 예시와 이에 따른 차이에 대해 글을 써보았습니다.
높은 가격과 높은 점수가 누구나에게 좋은 커피로 평가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높은 점수에 따른 높은 가격은 그 커피가 가진 향미의 다양성에 대해 고평가를 받은 것으로 생각하시면 될 듯합니다.
다음에 또 다른 주제로 글을 써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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