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커피 프로세스 10] ■
디-카페인 프로세스
◆ 시작에 앞서 ◆
커피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또 다른 커피의 한 분야도 발전합니다. 카페인에 민감한 사람들이 어쩔 수 없이 찾게 되었던 디카페인 커피(De caffeine coffee)가 바로 그것입니다.
◆ 프리드리브 룽게(Friedlieb Runge) ◆
19세기 독일의 화학자인 프리드리브 페르디난드 룽게는 시인이자 정치가, 그리고 과학자였던 요한 볼프강 폰 괴테(Johann Wolfgang von Goethe)의 관심을 받게 됩니다. 당시 룽게가 진행하던 하나의 프로젝트 때문이었습니다. 나이트셰이드 (Nightshade)라고 부르던 이 프로젝트는 동공 확장과 관련된 화합물에 대한 프로젝트였습니다. 괴테는 자신이 가지고 있던 커피를 룽게에게 분석을 요청하였습니다. 그리고 룽게는 이 커피를 분석한 결과 하나의 성분을 발견하게 됩니다.
바로 '카페인(Caffein)'입니다.
◆ 루드비히 로셀리우스(Ludwig Roselius) ◆
룽게는 커피를 분석하면서 커피에서 카페인을 분리하는 데 성공하였습니다. 그러나 룽게는 카페인을 분리하는 것에 대해서 성공했지만, 이를 이용하여 카페인이 없는 커피를 만들려는 상업적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가 카페인 자체에 대한 화학적 성질에 대해 완벽히 이해하지 못하였기 때문입니다.
최초의 상업적 디 카페인 커피는 독일의 상인인 루드비히 로셀리우스가 시작하였습니다. 1903년 그는 이 기술을 발명하였습니다. 로셀리우 스는 실수로 바닷물에 커피를 담가놓게 되었는데 바닷물에 담긴 커피가 원두의 맛을 거의 잃지 않았는데 반해 카페인 함량이 많이 사라졌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 최초의 상업적 디카페인 커피 ◆
1906년, 로셀리우스는 최초의 디카페인에 대한 특허를 받습니다. 최초의 이 디카페인 특허는 다양한 산과 염기로 커피를 찐 다음, 벤젠 1)을 이용하여 카페인을 제거하였습니다. 이 방식으로 로셀리우 스는 Kaffe HAG(Handels Aktien Gesellschaft)라는 회사를 세워 이 커피를 판매하기 시작합니다.
이후 벤젠이 건강 문제를 유발하자 디클로로메탄이나 에틸 아세테이트와 같은 물질을 용매로 사용 2)하였습니다.
1) 벤젠은 발암물질입니다. 암을 유발하며 백혈병을 유발한다고 합니다.
2) 이 용매를 이용하여 카페인이 97~99.9%까지 제거되도록 커피를 찌고 화학 용매로 카페인을 제거하는 이 과정을 8~12회 정도 반복합니다.
◆ 디카페인 커피를 만드는 공정들 ◆
우리에게 가장 흔하게 알려진 디카페인 커피 공정은 기본적으로 4개 정도로 저는 판단하고 있습니다. 유기용매를 이용한 카페인 제거 방식과 이산화탄소(CO2)를 이용한 방식, 그리고 물만 사용하는 방식입니다.
용매를 이용한 카페인 제거 방식은 2가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직접 카페인 제거(direct decaffeination) 하는 방식이고 하나는 간접 카페인 제거(Indirect decaffeination) 방식입니다.
◆ 유기용매 카페인 추출(Solvent-Based Processes) ◆
* 간접 카페인 제거(Indirect decaffeination)
유럽 프로세스(European process), 혹은 유로 프렙(Euro prep)이라고 불리는 이 공정은 커피를 끓는 물에 담근 후 용매를 이용하여 카페인을 제거합니다. 이때 사용되는 용매는 메틸렌 클로라이드 또는 에틸 아세테이트를 사용합니다. 끓는 물에 커피에 있는 카페인과 기타 화합물들이 커피로부터 분리됩니다. 그리고 커피와 물을 따로 분리합니다. 그리고 물에 용매를 첨가하여 카페인을 제거합니다. 이렇게 카페인이 제거된 물에 커피를 다시 담가서 남은 성분들을 커피가 재 흡수하게 하는 방식입니다.
* 직접 카페인 제거(direct decaffeination)
직접 카페인 제거 방식은 간접 카페인 제거 방식과 처음부터 차이를 보입니다. 직접 카페인 제거 방식은 커피를 쪄( Steaming)냅니다. 이는 커피로부터 카페인 추출을 용이하게 하기 위해서 커피의 조직을 열어주는 것입니다. 그런 다음 커피를 물과 에틸 아세테이트가 담긴 용액에 담급니다. 이 용액은 커피의 클로로겐산과 결합하여 카페인을 제거합니다. 이를 반복적으로 작업하여 카페인을 최대한 제거한 뒤 커피를 다시 쪄서 남은 화학 물질을 제거합니다.
슈가 케인(Sugar cane)이라고 알려진 디카페인 공정은 바로 직접 카페인 제거 공정 중 하나입니다. 콜롬비아에서 사용하는 이 방법은 천연 카페인 제거 방법으로도 알려져 있습니다. 이유는 에틸 아세테이트를 사탕수수에서 얻기 1) 때문입니다. 이렇게 얻은 디카페인 커피는 단맛이 조금 더 좋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1) 사탕수수에서 당밀을 추출합니다. 이 당밀을 발효시킨 뒤 에탄올을 생성합니다. 이 에탄올을 아세트산과 혼합하면 에틸 아세테이트를 얻을 수 있습니다.
◆ 이산화탄소 카페인 추출 ◆
이산화탄소를 이용하여 카페인을 추출하는 방법은 아마 수많은 디카페인 공정 중 가장 값비싼 공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산화탄소를 이용하는 카페인 추출 방법은 커피 자체의 구조를 최대한 유지하는 방법으로 커피 본연의 맛을 가장 많이 유지하면서 카페인을 제거하는 방법입니다.
이산화탄소 추출법은 1970년, HAG사에 의해 개발되었습니다. 초임계(supercritical) 이산화탄소 추출법으로도 불리는 이 공정은 용매로 추출하는 방법보다도 더 안전하며 공정도 단순합니다.
이산화탄소는 보통 기체 형태로 존재합니다. 그러나 고압력(200 기압)을 받은 상태에서 31℃가 넘어가면 이산화탄소는 액체 또는 초임계 유체 상태가 됩니다. 이를 이용하여 생두에 존재하는 카페인을 제거하는 방법입니다.
슈가 케인의 공정처럼 커피를 쪄냅니다. 커피 조직이 열린 커피를 액체 이산화탄소를 순환시켜 카페인을 빼냅니다. 카페인은 다른 챔버로 이산화탄소와 이동하여 제거되고 이산화탄소를 이용하여 반복적으로 공정을 진행합니다.
이 공정으로 얻을 수 있는 장점은 커피의 맛이 더 풍부하게 남으면서도 카페인을 제거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그로 인해 고급 커피의 카페인을 제거할 때 이 공정을 사용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 공정은 초기 비용이 많이 든다는 단점과 유지 관리 비용이 비싸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이를 위해 최근에는 대량의 상업용 등급 커피를 이용하여 카페인을 제거하고 있습니다.
◆ 물을 이용한 카페인 추출 ◆
워터 프로세스라고도 불리는 이 디카페인 공정은 아마 가장 유명한 디카페인 공정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대표적으로 스위스 워터 프로세스(Swiss Water Process)와 마운틴 워터 프로세스(Mountain Water Process)가 있습니다.
스위스 워터는 캐나다, 마운틴 워터는 멕시코에 위치한 시설의 상표입니다. 이 공정의 가장 큰 장점은 물만 사용한다는 점입니다. 화학 용매가 단 1도 없이 카페인을 제거하기에 가장 인기가 있는 천연 카페인 제거 방식입니다.
스위스 워터 프로세스는 1938년 스위스 코펙스(Coffex)사에서 개발되었습니다. 그러나 이 방법은 당시의 기술적 한계로 인해 상업화까지 시간이 필요하였습니다. 이 방식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의 키워드가 필요합니다. GCE(Green Coffee Extract)와 활성탄(Carbon filter)입니다. 물을 이용하여 카페인을 제거하는 방법의 시작은 뜨거운 물에 커피를 담가 카페인과 다른 수용성 물질들을 물에 녹여냅니다. 이 물을 활성탄을 이용하여 카페인을 제거하게 되는데, 이때 남은 물이 바로 커피 추출물이라고 불리는 GCE입니다. GCE를 만들기 위해 사용된 커피는 폐기됩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GCE에 카페인을 제거하기 위한 커피를 담그게 되면 카페인만 커피에서 빠져나오게 되는데, 이 용액에는 카페인을 제외한 수용성 성분들이 포화상태를 이루고 있기에 커피에 있는 수용성 물질은 빠져나오지 못한 채 카페인만 빠져나오게 됩니다. 이렇게 커피 추출물을 반복적으로 활성탄을 이용해 걸러내고 다시 커피를 이 용액에 담그는 것을 반복하면 커피에 존재하는 카페인이 대부분 제거됩니다.
처음 개발될 당시에는 활성탄의 기술이 지금만큼 좋지 못하였기에 기술 도입이 힘들었지만 활성탄의 기술력이 진보된 현재에는 카페인만 제거하는 기술이 진보되었기 때문에 현재에 많이 사용되고 있는 디카페인 공정 중 하나가 되었습니다.
이 가공방법은 용매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장점이 존재합니다. 그리고 커피 본연의 맛을 충분히 유지한다는 점도 장점입니다. 하지만 많은 작업 단계가 존재하며 이로 인해 많은 작업 비용을 필요로 한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마운틴 워터 역시 이와 비슷하지만 멕시코의 데카마렉스(Descamaex) 시설에서 진행하고 있습니다.
◆ 디카페인 커피. 어떠셨나요? ◆
제가 디카페인을 마셔본 건 비교적 최근입니다. 주변에서 얻을 수 있던 정보로는 디카페인의 기술이 많이 발전했지만, 여전히 맛이 없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기 때문입니다. 저도 굳이 비싼 돈을 주면서 맛없는 커피를 마시고 싶지 않았습니다. 저는 카페인 부작용도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던 어느 날, 디카페인 커피에 대한 정보를 하나 얻게 되었습니다. 당시에는 영상을 보면서도 전혀 이해를 하지 못했었는데, 지금 생각해 보니 스위스 워터 디카페인 가공 방법을 설명해 준 것이었습니다. 다른 내용은 기억 못 해도 활성탄에 대해서 언급을 강하게 하셨던 기억이 나거든요. 여기서 나온 내용은 활성탄 기술의 발전으로 과거에 미완성이었던 물을 이용한 디카페인은 완성형에 가까워졌으며 맛 또한 훌륭하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기대감에 사본 스위스 워터는 매우 실망스러웠습니다. 당시 에티오피아 커피를 구매했는데, 제가 좋아하는 에티오피아의 커피 뉘앙스가 단 하나도 없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싱겁기도 하고 떫은맛이 나기도 하고.... 아무든 그러했습니다.
그리고 콜롬비아의 엘파라이소 농장의 디카페인 커피를 카페 쇼에서 한번 마셔봤습니다. 당신에 너무 놀라서 이 커피를 구매해 보고 싶었는데, 이를 고민하던 차에 엘파라이소 농장의 가향 커피 사건이 터지면서 구매하지 않았었습니다. 그리고 이 뉴스를 접하고 드는 생각은 '그럼 그렇지. 디카페인이 그렇게 맛있을 리가 없어'였습니다.
이 그 후 디카페인 커피를 마셔볼 일도 없었지만, 제가 시골에 살고 있어서 그런지 디카페인의 수요도 늘지 않는 것인지 주위에서도 디카페인을 파는 업체가 줄어드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디카페인을 다루는 카페는 흔하지 않아 졌습니다.
여러분이 드셨던 디카페인 커피는 어땠나요? 여전히 이것을 다루는 카페들이 주위에 있으시나요?
◆ 마침 ◆
커피 관련 책을 읽다가 카페인에 대한 내용이 나와서 디카페인에 대한 내용을 다뤄보고 싶었습니다. 이번 내용이 이 글을 읽어주시는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디카페인 커피를 이해하시는 데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다음에는 다른 커피 내용의 이야기를 다뤄보겠습니다.
'커피 프로세스(coffee process)'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인도 몬순 프로세스(India monsoon process) (1) | 2024.11.22 |
---|---|
베럴 에이징(Barrel aging) (2) | 2024.11.21 |
인도네시아 수마트라 타입(Wet hulling/giling basah) (0) | 2024.11.18 |
펠라 네그라/알마 네그라(Perla Negra/Alma Negra) (0) | 2024.11.17 |
발효 프로세스(Fermentation process) (2) | 2024.11.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