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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프로세스(coffee process)

인도 몬순 프로세스(India monsoon process)

by coffee-rin 2024. 11.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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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커피 프로세스 12] ■

인도 몬순 프로세스


◆ 시작에 앞서 ◆

인도에는 몬순(Monsoon)이라고 불리는 우기(雨期)가 있습니다. 우리나라로 치면 장마를 뜻합니다. 이 독특한 커피 프로세스의 이름에서 우리는 하나를 추측할 수 있습니다. 이 프로세스는 비와 관련되어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입니다.

ⓒunsplash

◆ 바바 부단(Baba Budan)

커피의 역사에서, 그리고 인도의 커피 역사에서 빠지지 않는 한 명의 인물이 있습니다. 인도의 이슬람 승려인 바바 부단입니다. 그는 1600년경에 예멘에서 7개의 커피 씨앗 1)을 훔쳤습니다. 그리고 인도의 마이소어(Mysore) 지역에 이 커피들을 심게 됩니다. 그는 찬드라드로나(Chandradrona) 산맥의 봉우리에 이 커피들을 심었는데, 이 산은 그의 이름을 따서 바바 부단 기리(Baba Budan giri)라고 불리고 있습니다.

1) 이슬람 문화에서 숫자 7은 신성한 숫자라고 합니다. 때문에 그가 7개의 커피 씨앗을 훔쳐 왔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baba budan ⓒbearessentialscoffee

◆ 인도, 그리고 영국 ◆

19세기, 인도는 영국의 식민 지배를 받았습니다. 영국인들은 유럽으로 전파된 커피와 사랑에 빠져있었습니다. 인도에서 재배되던 커피는 이렇게 영국으로 향하게 됩니다. 다만 수에즈 운하가 완공되기 전까지 아시아에서 유럽으로 향하는 항해는 굉장히 길었습니다. 인도에서 유럽까지의 항해는 6개월이 기본이었습니다. 그리고 이 긴 항해의 과정에서 커피가 변하게 됩니다.

희망봉 Cape  ⓒnamuwiki

◆ 습도 ◆

인도네시아의 웻 훌링(Wet hulling) 또는 길링바사(gilling basah)이라는 독특한 커피 프로세스가 탄생하게 된 것은 그곳의 자연환경적 특성과 커피 산업의 특성 때문입니다. 인도네시아는 다른 커피 재배 국가와는 다르게 커피를 일정 수준 가공을 해야만 중간 업자에게 커피를 농장에서 판매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인도네시아는 수확기와 우기가 겹칩니다. 커피를 건조하기 위해서는 일조량과 습도가 중요한데, 건조를 하는 시기에 비가 많이 내리다 보니 건조를 하기에도 매우 힘들뿐더러 기간도 너무 오래 걸렸습니다.

인도의 몬순 프로세스 역시 높은 습도로 인해 탄생한 프로세스입니다. 다만 탄생 배경과 이유에는 굉장히 큰 차이가 존재합니다.

ⓒunsplash

◆ 바람에 커피가 변하다 ◆

인도에서 출발한 배는 유럽으로 향한 긴 항해를 시작합니다. 운반되는 커피는 바닷바람에 그대로 노출되었습니다. 장마철 높은 습도의 바닷바람에 장시간 노출되는 이 커피들은 당연하게도 변화됩니다. 처음 배에 실렸던 신선한 녹색의 커피는 마치 숙성된 듯 연한 노란색의 커피로 변해있었으며 커피의 크기도 마치 물에 불린 듯 2배로 커져있었습니다.

이런 자연적인 커피의 변화는 인도 커피를 매우 특색 있고 개성 있는 커피로 만들어주었습니다.

monsoon coffee & Ethiopia coffee ⓒwikipedia

◆ 현대화, 그리고 맛을 찾는 과정 ◆

수에즈 운하의 개통은 인도에서 영국까지의 항해 시간을 절반으로 단축하게 만들어버립니다. 그리고 선박들도 현대화가 되면서 운항 기간은 더욱더 짧아집니다. 인도의 커피 수확의 시기, 그리고 몬순의 기간은 변하지 않았지만, 커피가 운반되는 기간이 단축되고 선박의 현대화로 인해 인도의 커피가 예전과는 다른 맛이 되어버립니다. 인도의 커피 산업은 고민에 빠집니다. 그리고 과거의 방법에서 이 해답을 찾기 위해 방법을 연구하고 시도합니다.

monsoon coffee ⓒbarringtoncoffee

◆ 과거를 재현 ◆

인도의 커피 산업에서는 과거의 독특한 자신들의 커피를 만들기 위해서 2가지의 키워드를 찾아냅니다. 긴 시간, 그리고 높은 습도입니다.

인도의 몬순 프로세스는 통풍이 잘 되는 창고 바닥에 4~6인치의 두께로 커피를 펼친 다음에 습한 바람을 이용하여 커피를 가공합니다. 수확 후 우기인 6월에서 9월 사이에 커피를 출항했던 기억을 이용하여 현재에도 이 기간 동안 인도의 남서쪽으로 불어오는 아라비아해의 습한 해풍을 이용하여 커피를 가공하고 있습니다.

monsoon coffee ⓒbarringtoncoffee

 

◆ 커피 가공 순서 ◆

몬순 프로세스는 기본적으로 아래의 순서로 진행됩니다.

1. 커피 수확

2. 커피 체리 분류

커피 체리를 등급별로 분류합니다.

3. 파티오 Patio에 커피 건조

분류된 커피는 파티오에 펼친 뒤 햇볕에서 건조합니다.

4. 펄핑

커피를 펄핑 한 후 몬순 시즌 전까지 별도로 저장합니다.

5. 몬순 건조

몬순이 시작되면 커피를 본격적으로 건조합니다. 두껍게 펼쳐진 커피를 주기적으로 뒤집어 줍니다. 이 과정에서 커피를 지속적으로 선별해 냅니다. 몬순 프로세스의 커피는 커피가 황금색을 띠고 커피의 수분 함량이 14.5%가 될 때까지 건조와 뒤집기를 반복합니다. 이 프로세스는 12~16주 정도로 매우 긴 시간 진행됩니다.

monsoon coffee ⓒ barringtoncoffee

◆ 몬순 커피의 특징 ◆

몬순 프로세스로 가공되는 커피는 매우 독특한 커피입니다. 긴 시간 가공되는 이 커피는 높은 습도와 바람으로 인해 커피가 가지고 있는 산도가 줄어들게 됩니다. 이로 인해 인도 커피는 강한 초콜릿 향과 견과류, 향신료 맛과 흙맛이 나게 됩니다.

몬순 커피는 높은 수분 함량을 가지고 있으나 긴 시간 건조가 진행되면서 밀도가 낮아지게 됩니다. 이로 인해 커피를 로스팅하는 것이 매우 까다로운 커피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monsoon coffee ⓒnaivo

◆ 몬순 그리고 몬순 말라바르 ◆

인도의 몬순 프로세스는 몬순이라 불리는 우기의 자연환경을 이용한 독특한 커피 가공방법이라는 것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럼 몬순 말라바르(Monsoon Malabar) 커피는 무엇일까요?

말라바르 해안(Malabar coast)은 인도 남서부의 해안으로 콘칸(Konkan)에서 칸야쿠마리(Kanyakumari)까지의 해안선을 말합니다. 이곳은 몬순의 높은 습기를 가진 해풍이 많이 부는 지역입니다. 이 말라바르 해안의 해풍을 이용하여 건조한 커피를 몬순 말라바르 커피라고 표현합니다.

malabar coast ⓒgoogle earth

◆ 인도 커피에 대한 나머지 정보 ◆

인도는 굉장히 많은 커피를 재배하는 국가입니다. 대부분 카르나타카(Karnataka) 지역에서 커피가 재배됩니다. 마이소르 지역 역시 이곳에 포함됩니다. 인도의 커피 농장에서는 후추나 바닐라와 같은 향신료도 함께 재배되는 곳이 많다고 합니다.

인도의 커피는 800m ~ 1,800m의 고도에서 커피들이 재배됩니다. 로부스타 품종과 아라비카 품종을 모두 재배하고 있습니다. 로부스타 품종은 1,000m 이하, 아라비카 품종은 주로 1,000m ~ 1,500m의 고도에서 재배되고 있습니다. 남부 인도에서는 로부스타 품종이 해발 1,250m 고도에서 재배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맛본 인도의 아라쿠(Araku) 지역의 아라비카 커피는 고소함과 단맛, 그리고 초콜릿의 느낌을 가졌으며 산미도 적은 커피입니다. 이 지역은 커피를 재배하면서 동시에 산림 보호를 적극적으로 행하는 지역으로써 친환경적인 커피를 재배하는 곳으로 유명합니다.

India Karnataka ⓒgoogle earth

◆ 마침 ◆

이번에는 인도의 대표적인 커피 가공 방법은 몬순 프로세스에 대해 간략히 알아보았습니다. 내추럴/워시드 혹은 기타 유명한 가공방법에 비해 정보가 부족한 커피 가공 방식에 대한 정보를 구할 때마다, 저 프로세스들을 직접 눈으로 보고 경험했다면 더 정확하고 디테일한 정보를 전달해 줄 수 있지 않을까라는 아쉬움이 많이 듭니다. 다음에는 다른 커피 프로세스의 이야기를 다뤄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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