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커피 프로세스 09] ■
인도네시아 수마트라 타입
◆ 시작에 앞서 ◆
인도네시아의 커피 가공 프로세스는 매우 독특합니다. 인도네시아의 커피를 떠올리면 가장 쉽게 떠오르는 단어가 바로 만델링(Mandheling) 일 겁니다. 만델링 커피를 가공하는 방식인 인도네시아의 수마트라 타입, 웻 훌링(Wet hulling) 혹은 길링 바사(giling basah) 가공 방식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 인도네시아 만델링(Indonesia Mandheling) ◆
인도네시아를 대표하는 커피는 만델링 커피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이 커피가 많은 커피 애호가들에게 호불호를 가져다주는 커피라고 생각하지만, 인도네시아를 대표하는 커피가 만델링이라는 것에 대해 저는 주저 없이 말을 할 수 있습니다. 만델링 커피는 매우 특이한 맛과 향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 젖은 껍질(Wet Hull), 젖은 분쇄(Giling basah) ◆
인도네시아에는 독특한 커피 가공 방식이 존재합니다. 웻 훌링 또는 길링 바사라고 불리는 이 가공법은 인도네시아의 자연환경으로 인해 인도네시아에서 도입한 독자적인 커피 가공 방식입니다.
◆ 건조 좀 하자... ◆
인도네시아는 커피를 건조하는 것에 있어서 최악의 조건을 가진 나라입니다. 인도네시아는 습하고 더운 나라이며 건조를 위한 햇빛을 하루에 4시간도 보기 힘든 경우가 많습니다. 비가 자주 내립니다. 커피 수분의 건조는 11~13%를 목표로 건조합니다. 문제는 인도네시아에서 기존의 내추럴(Natural) 가공 혹은 워시드(Washed) 가공 방법으로 커피를 가공하면 너무 오랜 시간을 건조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1970년대 이전까지는 인도네시아에서도 오랜 전통방식의 커피 건조 방식으로 커피를 가공하였습니다.
수마트라의 개성 있는 커피는 일본의 관심을 받게 됩니다. 이러한 계기로 인도네시아의 커피 산업에서도 새로운 커피 가공 방식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게 됩니다. 그리고 발상의 전환을 시도합니다.
◆ 시간과의 싸움을 시작하다 ◆
인도네시아는 높은 습도와 부족한 일조량, 그리고 높은 강수확률로 커피 건조에 매우 오랜 시간을 필요로 합니다. 일정하지 못한 커피 건조는 독특한 인도네시아의 커피의 품질을 떨어뜨리고 있었습니다. 건조시간을 줄이자는 발상의 전환으로 인도네시아 만의 독특한 건조 방법이 탄생합니다.
먼저 수확한 커피를 선별합니다. 그리고 펄핑을 통해 커피의 껍질과 과육을 벗겨냅니다. 여기까지는 특이하지 않습니다. 이렇게 점액질이 붙어있는 상태로 1차 건조를 합니다. 여기서 하나의 차이는 건조과정에서 커피들이 최대한 포개지지 않도록 얇게 펴서 건조를 합니다. 이때 커피의 수분량은 45~50% 정도이며, 수분 함량이 25~30%를 목표로 건조합니다.
웻 훌링과 길링 바사의 단어는 지금부터 시작되는 가공 과정으로 인해 가지게 된 이름이기도 합니다. 파치먼트는 내추럴/워시드와 같은 건조과정에서 완벽히 건조되어 딱딱해지는 반면, 이 건조 방식에서는 절반 정도만 말려진 상태에서 다시 가공됩니다. 다른 가공 방식에 비해 절반 정도만 건조된 파치먼트를 탈각하는 것은 강한 힘을 필요로 합니다. 기계를 이용해 커피에 붙어있는 파치먼트를 제거합니다. 이렇게 탈각된 커피를 다시 건조합니다.
인도네시아의 기후로 인한 긴 건조 시간은 이 건조 방식의 등장으로 굉장히 단축되게 됩니다.
또한, 이렇게 반건조된 상태에서 탈각을 진행함으로써 커피가 더욱 독특해지는데, 인도네시아 만델링 특유의 흙맛과 묵직한 바디감, 강한 초콜릿향이 부각되고 산미가 줄어드는 커피가 만들어지게 됩니다.
◆ 커피 생두를 구매하는 사람들에겐.... ◆
이 가공 과정의 탄생은 인도네시아 커피 산업에 혁신적인 변화를 가져다줍니다. 기존의 전통적인 가공 방식에서 커피 건조 방식은 인도네시아의 습한 환경에서는 매우 긴 시간을 필요로 하였습니다. 이는 긴 시간, 그리고 높은 습도로 인한 품질 문제의 우려도 큰 리스크였지만, 빨리 가공하여 수출을 해야 하는 판매자의 입장에서도 매우 큰 고민이었습니다. 이 방법은 판매자들에게 혁신이었지만 생두를 구입하여 로스팅을 하는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그다지 반기지만은 못합니다. 바로 생두의 균일하지 못한 품질 때문입니다
◆ 젖은 파치먼트, 강한 압력 ◆
웻 훌링, 혹은 길링 바사라고 불리는 이 가공 방법은 건조된 파치먼트를 벗기는 게 아닌 반 정도 건조된 파치먼트를 벗기게 됩니다. 이 과정은 당연히 건조된 파치먼트를 벗기는 것보다 강한 압력을 필요로 합니다. 이 과정에서 생두는 당연히 대미지를 받게 됩니다. 인도네시아의 커피를 구매해 보면 생두가 찢어진 것을 많이 보게 됩니다.
이런 찢어진 생두는 2차 건조 과정에서 문제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파치먼트를 탈각하고 대미지를 받은 생두는 으깨진 듯 찢어진듯한 모습을 보입니다. 바로 이 찢어진 부위로 미생물이나 곤충 등으로부터 오염을 받을 수 있다는 점입니다. 인도네시아의 가공 방식은 다른 가공 방식에 비해 짧은 시간을 건조한다고 하지만 그래도 오염의 위험이 전혀 없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
◆ 인도네시아 커피 산업의 특이점 ◆
그런데 인도네시아에서 유독 건조에 대한 시간을 강조합니다. 다른 커피 재배 국가도 이런 건조 가공에 대해서 다른 접근 방식을 가집니다. 하지만 인도네시아는 유독 시간 단축이란 목표로 커피 건조에 대해 접근했습니다. 왜 맛을 발전시키는 방법이 아닌 시간 단축에 대한 관점으로 커피 건조를 하게 된 걸까요?
모든 커피 국가에서는 당연하게도 지역 조합이 존재합니다. 대부분의 조합에서는 재배된 커피 체리를 받아서 농부들에게 가격을 지불합니다. 이후 자신들이 운영하는 가공 공장을 이용하여 커피를 일괄 가공하여 판매합니다. 인도네시아는 이와는 조금 다른 운영방식을 채택합니다. 인도네시아는 커피를 지역 조합이 아닌 중간 상인들에게 판매하게 되는데, 이를 위해서는 다른 나라와는 다르게 일정한 작업을 진행하여야 중간 상인들이 커피를 구매해 준다는 차이점이 발생하게 된 것입니다. 커피 농부들에겐 건조 시간을 단축해야 빨리 커피를 판매할 수 있는 것이 된 것입니다.
인도네시아에서 이런 커피 가공 방식이 등장한 이유는 커피 건조에 부적합한 기후도 이유가 있지만 커피를 판매하는 프로세스에서도 농부들이 일정 수준의 가공을 진행해야 하만 자신들이 재배한 커피 판매가 가능하다는 특이한 프로세스도 이유가 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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