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커피 프로세스 08] ■
펠라 네그라/알마 네그라
◆ 시작에 앞서 ◆
펠라 네그라(Perla Negra)/알마 네그라(Alma Negra) 가공 방식은 코스타리카 라스 라하스(Las Lajs) 농장에서 이뤄지고 있는 독창적인 가공 방식입니다. 이 가공 방식은 얼핏 보면 내추럴(Natural) 가공 방식과 매우 유사합니다.
◆ 내추럴 가공의 진화 ◆
펠라 네그라와 알마 네그라의 가공 방식에 대한 설명에 대해 생두 업체에서는 이런 표현을 쓰기도 합니다. 'XX ~ XX Brix의 체리만 골라...'. 이 멘트가 사실 펠라 네그라와 알마 네그라의 가공 방식을 오해하게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하였습니다.
이 가공법들은 내추럴 가공과 매우 흡사합니다. 그러나 이 가공법은 기존의 내추럴 가공 방법과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 흑진주 ◆
펠라 네그라는 스페인어로 흑(Negra) 진주(Perla)를 의미 1)합니다. 건조되고 난 뒤의 체리 모습이 마치 흑진주와 가까워서 붙여진 건조 방식입니다.
펠라 네그라 가공 방식이 시작된 건 우연히 찾아온 기회였습니다. 2008년 2월에 라스 라하스 농장이 있는 지역에 지진이 발생합니다. 이 지진으로 인해 농장에서는 물과 전기를 모두 사용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합니다. 하필 라스 라하스 농장은 커피를 수확하던 시기였습니다. 농장에서는 물과 전기를 모두 사용하지 못하다 보니 어쩔 수 없이 내추럴 가공 방법 2)으로 커피 체리를 가공하게 된 것입니다.
1) 알마 네그라의 알마(Alma)는 스페인어로 영혼, 마음, 정신을 의미한다고 합니다.
2) 이 사건으로 라스 라하스 농장은 코스타리카에서 처음으로 내추럴 가공을 시도한 농장이 되었다고 합니다.
◆ 지진, 그리고 또 다른 이유 ◆
펠라 네그라와 알마 네그라 가공 방식은 내추럴 가공 방식을 어쩔 수 없이 사용하게 되면서 개발된 라스 라하스 농장의 독특한 가공 방법입니다. 라스 라하스에서 이 가공을 시도한 이유는 지진으로 인한 물과 전기의 사용이 불가능한 것도 이유가 있지만, 이 농장이 다른 산지에 비해서 낮은 1,300m ~ 1,500m의 고도에 위치해 있었던 것도 하나의 이유가 됩니다. 라스 라하스 농장에서는 카투라 품종을 많이 재배하는데, 카투라 품종의 경우 고도가 높아질수록 산미가 강해지는 특성이 있다고 합니다. 농장에서는 워시드 가공으로 커피의 산미를 끌어내는 것이 아닌 내추럴 가공으로 인한 단맛과 바디감을 선택해 보고자 한 것도 하나의 이유가 되었습니다.
◆ 내추럴과 네그라의 차이 ◆
그럼 내추럴 가공 방법과 무엇이 다르기에 라스 라하스 농장에서는 내추럴 가공이 아닌 네그라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것일까요?
바로 그늘을 만들어 건조를 하는 것이 가장 큰 차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펠라 네그라와 알마 네그라의 가공 방식은 전체적은 큰 틀을 보면 비슷하지만 기간의 차이가 존재합니다.
◆ 펠라 네그라 그리고 알마 네그라 ◆
펠라 네그라와 알마 네그라의 가공 방식은 수확한 체리를 선별하는 것부터 시작됩니다. 이 가공 방법은 나무에서 충분히 익은 체리를 수확합니다. 이때 체리의 당도(brix)는 21~22% 정도가 됩니다. 이렇게 수확한 체리를 수조에 담가서 이물질과 체리를 분리합니다.
여기서부터 내추럴 가공방법과 차이가 시작됩니다. 이렇게 이물질을 분리하고 세척한 체리를 1주일 동안 백에 넣고 그늘에서 일주일 정도 건조합니다. 체리를 그늘에 건조하는 이유는 그늘 없이 바로 체리를 건조하면 커피의 밝은 톤이 사라진다고 합니다.
이렇게 건조한 커피 체리를 통풍이 잘 되는 비닐하우스로 옮겨서 다시 건조를 합니다. 건조 과정은 매우 느리게 진행되며 커피의 수분 함량이 10.5%가 되는 것을 목표로 건조를 진행합니다.
그 후 오전에는 주로 야외 건조, 오후에는 실내 건조를 교차로 건조를 진행합니다. 이 건조 과정의 차이에서 펠라 네그라와 알마 네그라의 차이가 발생합니다.
펠라 네그라는 15일에서 22일 정도 이 건조 과정을 반복합니다.
그리고 알마 네그라는 30일 정도 이 건조 과정을 반복하게 됩니다.
이렇게 가공된 커피들은 매우 독특한 향미적 특성을 가지게 됩니다. 펠라 네그라는 플로럴 한 향이 특징이라면 좀 더 긴 시간의 건조 과정을 가지는 알마 네그라의 경우 와이니 하고 건조된 과일의 향이 특징이라고 합니다.
◆ 마침 ◆
이번에는 코스타리카에서도 라스 라하스라는 농장에서 사용하는 가공 방법인 펠라 네그라와 알마 네그라 가공 방법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천재지변의 상황에서 발상의 전환으로 인해 탄생한 이 가공법은 워시드 가공법이라는 가공법을 위주로 채택하던 코스타리카 커피 산업에 전환점이 되기도 합니다.
다음에는 다른 가공법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커피 프로세스(coffee process)' 카테고리의 다른 글
디-카페인 프로세스(De caffeine process) (3) | 2024.11.21 |
---|---|
인도네시아 수마트라 타입(Wet hulling/giling basah) (0) | 2024.11.18 |
발효 프로세스(Fermentation process) (2) | 2024.11.16 |
허니 가공 프로세스(Honey process) (4) | 2024.11.15 |
펄프드 내추럴 가공 방식(Pulped natural process) (2) | 2024.11.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