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커피 프로세스 17] ■
향미커피/가향커피/공동발효커피.
◆ 시작에 앞서 ◆
커피 가공 방법의 발달은 소비자들에게 다양한 커피의 맛과 향을 가진 커피를 접하게 해 줍니다. 그리고 커피를 재배하는 농부들은 자신들이 재배한 커피가 가진 맛과 향을 극대화해 주는 가공방법의 발전은 당연히 반가운 일입니다. 그러나 다양한 가공방법의 등장으로 우리는 때때로 혼란스러워지기도 합니다.
◆ 무산소 발효와 탄산 침용 ◆
스페셜티 커피 시장의 발전과 함께 가장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커피 산업 중 하나가 바로 커피 가공 산업입니다. 지난 몇 년 동안 독특한 가공의 커피가 탄생하고 있고 시장에서 자리를 잡아가고 있습니다. 특히 무산소 발효(anaerobic fermentation)이나 탄산 침용(carbonic maceration)은 우리가 흔하게 접할 수 있는 커피 가공 방식이 되었습니다.
◆ 이거 커피만 쓴 거 맞아? ◆
커피 가공 산업의 급격한 발전으로 인해 커피에 새로운 맛이 나타납니다. 그러나 한편으로 의심의 눈초리가 생깁니다. 과연 '커피에 산소만 차단했는데 이런 맛이 날까?'라는 의심입니다. 커피 바이어들은 커피 제조업체에 커피 가공에 대한 과정의 확인을 요청합니다. 그러나 몇몇 유명한 업체에서는 제조 방법에 대한 오픈을 거부합니다. 색다른 맛의 커피에 대한 투명성에 대한 갑론을박이 시작됩니다.
◆ 가향 커피 (Infused coffee) ◆
의심의 눈초리는 사실이 됩니다. 커피의 가공 과정에서 다른 첨가물을 사용하지 않았다던 업체들이 진실을 이야기하기 시작하였습니다. 전문가들과 마니아들에서는 가공 과정에서 첨가물을 사용한 커피에 대해 가향 커피 혹은 향미 커피(flavored coffee)라는 단어를 사용하게 된 겁니다. 커피 가공 과정에서 생산자들은 의도적으로 향이나 맛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다른 성분을 첨가하고 커피 생두가 이 특성을 흡수하게끔 만드는 것입니다.
이 커피는 또 다른 사람들에게는 공동 발효커피(Co-fermented coffee)라고도 불립니다. 마치 같으면서도 다른 게 있는지 우리는 궁금해집니다.
◆ 전문가의 진단 ◆
한국에서도 몇 번 언급된 적이 있지만 커피 감별사의 과정인 큐 그레이더의 종목에서 발효 커피에 대해서는 기준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정확하게 이에 대해 정의를 내리기는 힘들지도 모릅니다. 그러하여 커피의 전문가의 의견을 빌려 이 커피들의 차이를 알아보고자 합니다.
향미 커피나 가향 커피의 경우 커피의 가공 과정에서 효모나 박테리아, 인공 향료를 첨가하거나 로스팅 후 인공 향을 주입하는 경우를 뜻합니다.
공동 발효 커피는 가공 전에 커피에 향과 맛의 영향을 줄 수 있는 재료를 추가하거나 발효 도중 재료를 추가하는 것을 말합니다. 다만 이 재료의 경우 향미&가향 커피에서 사용되는 것들과 동일할 수도 있습니다.
◆ 농부들의 반론 ◆
그러나 이런 의견을 모두가 동의하는 것은 아닙니다. 콜롬비아 우일라에서 커피 농사를 하고 있는 로드리고 산체스 발렌시아는 '가향'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는다고 하였습니다.
그는 공동발효 커피라는 단어가 가장 적합하다고 합니다. 그는 주입된(infused)이라는 용어가 커피의 가공 과정에서 인공 첨가물 혹은 향료의 사용을 암시한다고 생각합니다. 그에 반해 공동 발효 커피는 과일이나 기타 미생물을 사용하여 향과 맛을 발효를 통해 생성하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세 과정 모두 미생물을 사용합니다. 그리고 로드리고는 커피의 발효/가공을 통해 생성된 독특한 맛과 향의 생성에 대한 과정을 소비자들에게 투명하게 전달하기 위해서 공동 발효라는 단어를 사용하게 되었다고 설명하였습니다.
◆ 시장의 반응 ◆
업계 전문가들이나 커피 마니아들 사이에서 가향 커피와 공동 발효 커피는 평가가 크게 엇갈립니다. 이에 반해 농부인 로드리고는 이 커피들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는 일본이나 대만, 중국, 싱가포르와 같은 아시아 시장에서 이 커피들이 많은 관심을 받고 있으며 호평을 받았다고 말합니다.
소비자들의 경우에도 이러한 커피들에 대한 평가는 엇갈립니다. 누군가는 혁신적인 커피라고 표현하지만 이러한 커피를 맛보는 것조차 거부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입니다.
또한 큐그레이더나 로스터들의 경우에도 이런 커피들에 대한 경험과 정보가 부족하다는 것은 문제가 될 요소가 될 수 있습니다.
◆ 신뢰할 수 있는 걸까? ◆
분명히 이 커피들은 소비자들에게 재미있는 특별한 경험을 만들어주는 커피라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가향 커피와 공동 발효 커피는 분명히 스페셜티 커피의 혁신을 주도하는 하나의 산업입니다.
그러나 이 커피들이 시장에 완벽히 자리 잡기 위해서는 가공 과정의 투명성이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스페셜티 커피는 맛과 향도 우수하지만 커피의 제조와 가공에서의 투명성과 추적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가향 커피와 공동 발효 커피 또한 적극적인 마케팅을 위해서 반드시 투명성과 추적성을 가져야 합니다.
◆ 정의를 내릴 시간이 필요한 산업 ◆
가향 커피와 공동 발효 커피는 분명한 차이가 존재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차이는 전문가들의 의견이며 주관적인 부분이 여전히 많습니다.
결국 이 분야를 정의 내리기까지에는 시간이 필요할 듯합니다. 공통으로 사용할 수 있는 용어를 확립하고 혼란을 주는 정보들의 차이점을 분명히 구분하여야 합니다.
◆ 마침 ◆
다음에는 커피 프로세스와 관련된 다른 이야기를 다뤄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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