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커피 프로세스(coffee process)

커피 발효와 미생물.

by coffee-rin 2024. 11. 24.
반응형

■ [커피 프로세스 16] ■

커피 발효와 미생물.

ⓒpexels

◆ 시작에 앞서 ◆

지난 시간에 이어서 커피 발효에 관련된 이야기를 더 해보고자 합니다.

최근 커피 발효는 와인이나 수제 맥주 같은 술과 관련된 산업의 발효 방식을 많이 채택하고 있습니다.

 

ⓒpexels


◆ 발효. 커피 가공의 일부? ◆

커피의 가공에서 발효는 무조건적으로 발생하게 됩니다. 내추럴과 워시드로만 구분되었던 과거에는 커피의 발효 과정이 가공의 일부로 인식되기도 했습니다. 커피 원두에서 점액질을 제거하는 가장 저렴한 방법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커피 제조 과정에서 하나의 과정으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pixabay


◆ 호흡과 발효 ◆

호흡은 유기체가 유기 화합물당, 단백질의 지방산과 아미노산에 저장된 에너지를 활용하기 위해 사용하는 과정으로 유기 분자의 산화입니다. 산소를 사용하는 유기체는 이 과정에서 이산화탄소와 물을 방출하며, 식물은 광합성 중 생산하는 당으로부터 에너지를 얻는 과정이 됩니다.

산소가 없을 때 많은 생물은 호흡 대신 발효에 의지하게 됩니다. 그러나 발효는 산소의 높은 에너지 결합을 사용할 수 없기 때문에 당 분자에 훨씬 적은 에너지를 제공하게 됩니다. 발효를 통해 유기체는 다양한 폐기물을 방출하게 됩니다. 가장 흔한 것은 젖Lactic acid과 에탄올입니다.

알코올 발효라고 알려진 에탄올 발효는 포도당, 과당, 자당과 같은 당을 에너지로 전환하고 부산물로 에탄올과 이산화탄소를 생산하는 생물학적 과정입니다.

 

ⓒpixabay

발효는 효모 및 박테리아와 같은 미생물에 의해 당 및 기타 화합물을 전환하여 해당 화합물을 소비하고 에너지로 전환하여 에탄올 및 다양한 산과 같은 귀중한 부산물을 남기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렇게 변환된 화합물은 커피콩의 세포 구조에 흡수되고, 로스팅의 과정에서 콩이 열에 가해지면 화합물들이 우리가 좋아하는 향과 맛으로 변하게 됩니다.


◆ 혐기성 발효와 호기성 발효 ◆

위의 설명을 정리해 보자면, 발효는 생물학적인 측면에서는 산소를 사용하지 않습니다. 이렇게만 본다면 발효는 혐기성 anaerobic 과정으로 보입니다. 그렇기에 호기성 발효 aerobic fermentation는 산소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일어나는 발효를 지칭하기 위해 사용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대부분의 효모는 산소가 있는 곳에서 발효되기보다는 호흡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맥주나 와인, 빵에 사용되는 효모인 Saccharomyces cerevisiae를 포함한 일부 효모는 산소가 있는 경우에도 발효가 됩니다.

 

위의 사진은 우리가 가장 흔하게 찾아볼 수 있는 커피의 혐기성 발효 anaerobic fermentation입니다. 발효탱크에는 상단에 통풍구가 있고 이 탱크에는 산소는 차단된 채로 발생하는 CO2만을 배출해 줍니다.

일반적인 발효 탱크에는 발효와 호흡뿐만 아니라 다양한 대사 과정이 발생합니다. 그렇기에 커피의 발효는 과학적으로 정확한 "혐기성 발효 혹은 호기성 발효"를 표현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만 어느 쪽이 가깝냐는 관점에서 보았을 때 혐기성 발효에 가깝기 때문에 이와 같은 표현을 쓰는 것입니다.


◆ 커피 발효와 pH ◆

2002년 아발론 Avallone의 연구에서 커피의 점액질의 분해가 펙틴 분해 효소가 아닌 다당류가 산성화로 인해 부풀어 올라 분해가 된 것이라고 발표합니다.

미생물이 생산하는 효소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pH 7.5~9.5가 되어야 하지만 커피의 발효는 이보다 낮은 pH 3.5~5.5에서 이루어지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미생물 균주에 의해 생산된 펙틴 분해 효소의 용해 활성에 대한 최적 pH 그래프 ⓒhelenacoffee

위 그래프에서 락토바실러스 브레비스L166 균주 만이 커피 표면의 점도를 감소시켰다는 결과를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이 실험에서 커피 체리의 점액질을 구성하는 다당류는 발효 중 완전히 분해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다만 이 실험에서 박테리아 효소인 PG(Polygalacturonase), PL(Pectin Lyase), PAL(Pectin Lyase)의 펙틴 분해 효소를 사용한 것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습니다.


◆ 물과 pH ◆

물이 없으면 발효는 덜 균일해지고 조절이 어려워집니다. 하지만 더 빨리 산성으로 변화하므로 발효가 더 빨리 됩니다. 물을 이용하여 발효를 진행하면 균일성과 산도 조절이 물을 사용하지 않고 발효할 때보다 상대적으로 장점을 가집니다. 다만 점액질의 산성화가 늦어져 발효가 상대적으로 느리게 진행됩니다.

ⓒhelenacoffee


◆ 박테리아, 곰팡이 및 효모 ◆

커피의 풍미는 커피 콩이 가진 화학적 구성에서 비롯되지만, 발효를 담당하는 미생물로 커피가 가진 특성의 발현에 기여할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미생물을 언급할 때 우리는 박테리아, 사상균(곰팡이) 및 효모의 세 가지 그룹으로 나누는 경우가 많습니다.

* 박테리아 Bacteria

크고 다양한 유기체 그룹인 박테리아는 다양한 환경에서 살며 다른 대사 메커니즘을 가지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박테리아는 동물과 마찬가지로 음식을 대사 하기 위해 산소를 사용합니다.

그러나 일부는 식물처럼 광합성을 통해 산소 없이 음식을 대사 하거나 심지어 황과 같은 무기 화합물을 대체 에너지원으로 사용하기도 합니다.

락토바실루스는 커피 발효에 사용되는 전형적인 박테리아 계열입니다. ⓒhelenacoffee

 

* 곰팡이 Mycelium/mold

대부분의 곰팡이는 다세포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다세포 곰팡이는 사상균으로 자라기 때문에 사상균 1)으로 불립니다. 이 균은 네트워크를 형성하며 곰팡이가 자라는 물질 전체에 퍼지고 균사체 표면을 통해 먹이를 흡수합니다.

커피의 경우, 커피 열매의 점액질 분해에 사상균이 관여한다는 연구는 많지 않습니다. 이는 일반적으로 점액질 분해에 48시간 정도가 사용되며 수분 활성이 높은데 이런 환경은 박테리아나 효모의 성장에 적합한 환경이기 때문입니다.

최근 몇 년간 연구에서는 발효 중 마이코톡신 mycotoxins을 생성하는 곰팡이의 감염 확산을 예방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연구에 따르면 내추럴 가공방식의 커피는 발효 시간이 길기 때문에 워시드 가공의 커피보다 곰팡이의 감염에 더 취약하다는 것으로 밝혀져였습니다.

Aspergillus ⓒhelenacoffee

* 누룩/효모 Yeast

필라멘트를 형성하는 대신 일부 곰팡이는 주로 단세포로 존재하게 됩니다. 이러한 곰팡이를 효모라고 합니다. 효모는 포자를 생산할 수 있고, 발아를 통해 무성생식을 할 수도 있습니다.

효모 세포는 핵과 미토콘드리아와 같은 더 복잡한 세포 구조를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박테리아 세포보다도 크기가 큽니다. 일부 균류는 단세포 형태와 사상체 형태 사이를 전환할 수 있습니다.

효모는 주변 환경의 당분을 주 영양 공급원으로 사용합니다. 일부는 성장을 위해 산소가 필요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습니다. 산소가 없으면 효모는 발효를 통해 음식에서 에너지를 얻게 됩니다.

브라질의 과학자들은 커피의 내추럴 건조 과정에서 200종의 효모를 분리해 냈습니다. 그리고 15개의 종으로 분류하였습니다. 이들 중 D. hansenii이 가장 흔하게 발견 40% 되었으며 Pichia guilliermondii가 그다음 20%으로 많이 발견되었습니다.

Saccharomyces cerevisiae ⓒhelenacoffee

1) 커피 가공과정에서 발생하는 사상균은 커피의 맛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소비자의 건강과 안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독소를 생성할 수 있습니다.


◆ 적절한 발효 ◆

커피는 일반적으로 점액질이 완전히 녹을 때까지 발효조나 탱크에 보관됩니다. 만약 점액질이 완전히 제거되지 않은 상태로 건조하게 되면 커피에 남아있는 점액질과 당분으로 인해 고르게 건조되지 않게 됩니다.

그리고 과도한 발효를 진행시키게 되면 부티르산 Butyric acid과 프로피온산 Propionic acid의 생산으로 이어집니다. 이렇게 되면 커피에서 썩은 양파, 썩은 버터의 향이 발생하게 됩니다.

 

ⓒpixabay

바실루스 Bacillus 속 박테리아. 특히 B. megaterium은 건조 가공 커피 속에 존재하는 프로피온산 propionic acid의 생성을 담당할 수 있습니다. 이 산은 발효 중 발견되었는데 발효를 2주간 지속하자 고농도로 검출되기 시작했습니다. 건조 중 과도한 발효는 락토바실루스 LAB.Lactobacillales와 엔테로박테리아 Enterobacteriaceae 계통의 박테리아에 의한 초산 acetic acid의 과잉 발생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 결론은? ◆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는 커피의 가공 분야에서 미생물은 굉장한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커피 시장에서 선보이고 있는 커피들의 맛은 매우 훌륭한 경우가 많습니다.

미생물을 사용한 커피의 가공은 커피의 최종적인 맛에 매우 큰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pixabay

처음에도 말씀드렸지만, 미생물과 커피 건조는 매우 오래전부터 연결되어 있었습니다. 그러나 다양한 연구와 실험을 통해 커피의 발효는 커피 산업에 새로운 물결을 가져왔습니다. 일부 커피 가공 업체들은 안전성과 일관성에 초점을 두는 반면, 일부 커피 가공 업체들은 고급 미생물을 활용하는 도전성에 초점을 둡니다. 실제로 한국의 누룩을 활용하는 커피 가공 업체가 많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렇듯, 커피 발효에 있어 미생물의 활용은 커피가 가진 풍미의 잠재력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게 해주고 있습니다.

socoffee

그러나 이러한 산업의 방향에도 제동이 걸리는 모습이 보입니다. 몇몇 유명 로스터리에서는 내추럴, 워시드 가공과 같은 전통적인 커피를 다시 다루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가파른 발효 산업의 성장으로 인해 전통방식으로 가공된 커피가 오히려 희귀한 커피가 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unsplash

미생물에 대한 커피 산업의 관심은 굉장히 높습니다. 앞으로도 더 심층적인 연구가 지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 마침 ◆

다음에는 커피 프로세스와 관련된 다른 이야기를 다뤄보겠습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