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알쓸커잡 (알면 쓸모 있는 커피 잡학지식) ■
제7편. 커피벨트
◆ 시작에 앞서 ◆
알쓸커잡 5편과 6편에서는 커피를 바라보는 시선에 따라 다양한 의견이 나올 수밖에 없는 조금은 민감한 주제인 에스프레소에 대해 다뤄봤습니다. 글을 쓰면서도 유쾌하지 못했기에, 이번에는 가벼운 주제의 글을 써보고자 합니다. 바로 커피 벨트(Coffee belt)입니다.
◆ 지구촌 여행 ◆
커피에 대한 공부를 하시거나 정보를 얻다 보면 많은 나라의 이름을 보고 듣고 읽게 되실 겁니다. 지구본, 세계 지도를 보는 취미가 없으시다면 '도대체 에티오피아는 어디야? 예멘은 뭐야? 인도는 카레 아니야?'와 같이 너무 많은 국가와 지명으로 머리가 혼란스러우실 겁니다.
커피를 통해 세계여행을 하다 보면 어떠한 생각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실 수 있습니다.
◆ 열대 지방 ◆
우리가 마시는 대부분의 커피 재배국이 바로 열대 지방이라는 것을 눈치채시는 경우가 많으실 겁니다. 덥고 습하며 열대과일이 많이 자라는 바로 그 열대 지방 말입니다.
◆ 커피 벨트 ◆
커피는 적도를 중심으로 남위, 북위 25 º 사이의 열대 또는 아열대 지역에 속하는 지역에서 대부분 생산됩니다. 이렇게 커피 생산 지역이 하나의 벨트를 이루고 있어서 이를 커피 벨트 혹은 커피 존(Coffee zone)라고 부르게 됩니다. 이 지역 중에서도 남위, 북위 18 º 사이의 지역에서 대부분의 커피가 많이 재배되고 있습니다.
◆ 커피 재배 조건을 알면 납득이 됩니다 ◆
그렇다면 도대체 왜 저 지역에서 커피가 많이 재배가 될까요? 커피의 재배 조건을 알게 되시면 왜 저 지역에서 대부분의 커피가 재배되는 것인지 이해가 가실 겁니다.
우리가 마시는 대부분의 커피는 아라비카(Arabica) 품종입니다. 이 아라비카 종은 로부스타(Robusta 혹은 카네포라) 품종에 비해 까다로운 생육 조건을 가지고 있습니다.
1. 기온
아라비카 품종은 연간 평균 기온이 15 ~ 25℃ 정도가 적합합니다. 일교차는 19℃를 넘지 않아야 하며 서리가 내리지 않는 지역이어야 합니다. 25℃ 이상이 되면 광합성 활동이 위축되며 30℃를 넘게 되면 엽록소가 파괴되고 꽃이 시들게 됩니다.
로부스타 품종은 24~30℃ 정도가 적합합니다. 아라비카 품종에 비해 상대적으로 고온에 강합니다. 기온이 높으면 커피 녹병(CLR. Coffee Leaf Rust)이 더 잘 퍼지게 됩니다. 그리고 기온이 너무 낮으면 잎이 변색되며 4℃ 이하로 내려가게 되면 잎이 뒤틀리고 반점이 생기며 결국 시들어 떨어지게 됩니다. -2℃ 이하에서 커피나무가 6시간 이상 노출이 되면 나무에 치명적인 영향이 되어 나무가 죽는 경우가 많습니다.
2. 강우량
아라비카 품종은 적정 강우량이 연간 1,400 ~ 2,0000mm입니다. 그리고 로부스타 품종은 적정 강우량이 2,000~2,500mm입니다. 배수가 잘되면 연간 2,500~3,000mm 까지는 큰 문제가 없지만, 과도하게 많은 강우량은 토양침식의 우려가 있습니다. 연간 강우량이 3,000mm가 넘는 지역은 커피를 재배하기에 적합하지 않습니다. 또한 비가 자주 내리는 지역은 커피를 건조하는데 방해가 됩니다. 그래서 연중 강우 분포 또한 커피 재배에 영향을 줍니다. 그로 인해 수확기와 건기가 겹치는 경우가 가장 이상적이라고 합니다. 커피가 꽃을 피우기 위해서는 반드시 건기가 필요 1)합니다. 수분 스트레스(water stress)는 커피나무가 꽃을 많이 피우게 하며 많은 재배를 위해 이러한 상황이 필요합니다.
1) 모든 생명, 특히 꽃을 피우는 나무나 꽃의 번식을 위해서 일부러 물과 영양분을 최소화한다는 정보를 보신 적이 있으시나요? 너무 과도한 영양 또는 물을 주는 경우 식물이 번식을 위한 움직임을 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래서 번식을 위해서는 식물이 죽지 않을 정도의 물과 영양분을 주어 번식활동을 활발하게 하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3. 습도
아라비카 품종은 대기 습도가 60%, 로부스타 품종은 70~75% 정도입니다. 대기 습도가 80%를 넘어가면 커피 품질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구름, 안개에 의해 습도는 증가하며, 건기에 구름과 안개는 부족한 강우량을 조금은 보충해 줍니다.
4. 토양
커피 재배 토양은 약산성(pH5~6) 이 좋으며 포토 층(top soil)의 깊이는 뿌리가 충분히 뻗을 수 있어야 합니다. 또한 물의 저장을 위해 표토 층이 2m 이상이 되어야 하며, 건조한 지역의 경우는 뿌리가 더 깊이 뻗어야 하므로 표토층이 더 깊어야 합니다. 토양은 투과성이 좋아야 하며 뿌리가 쉽게 뻗을 수 있는 다공질의 토양의 경우 배수능력이 좋아서 커피 경작에 적합합니다. 커피 재배 토양은 물 저장능력 또한 좋아야 합니다.
커피 재배에 적합한 토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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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재배에 부적합한 토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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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기질이 풍부한 화산암, 화산재, 염기성 암석, 충적토 침적물로 구성된 토양
* 표토층이 깊고 투과성이 좋으며 약산성, 다공질인 토양
* 현무암성 토양
* 무기질이 풍부하고 침식이 잘 안되며 물과 영양분 저장성이 뛰어난 토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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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점토가 너무 많이 포함된 토양
* 물 저장 능력이 안 좋은 모래, 암석 또는 홍토화된 토양
* 지하수면이 높은 지역
* 범람이 자주 발생하는 토양
* 화강암성 토양
* 물이 너무 잘 빠지거나 잘 안빠지는 토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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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재배에 적합한 토양이 화산성 토양이라는 설명을 많이 들어보셨을 겁니다. 특히 중남미의 많은 커피 재배 지역은 화산으로 유명한 나라들입니다. 화산성 토양은 유기물이 풍부합니다. 그리고 양이온 교환능력이 뛰어납니다.
하지만 모든 커피 재배 지역의 토양이 화산성 토양은 아닙니다. 이를 구분해 보자면.
* 화산재 토양(volcanic ash soils) : 중앙아메리카, 콜롬비아, 멕시코 고원지대, 인도네시아 자바
* 화산 토양(volcanic soils) : 중앙아메리카, 동부 아프리카, 하와이
* 습윤성 흑토(Black humid soils) : 인도네시아
* 라테라이트 토양(Laterite soils) : 인도, 에티오피아고원지대, 서부 아프리카, 중앙아프리카
* 테라 록사 토양(Terra roxa soils) : 브라질
5. 지형과 고도
위에 있는 그림은 아라비카 품종과 로부스타 품종의 적절한 재배 고도를 그림으로 표현한 것입니다. 재배 고도의 경우 위도에 따라 차이가 있습니다.
상대적으로 아라비카 품종이 로부스타 품종에 비해 높은 고도에서 재배되는 것을 이해하실 수 있습니다. 이러한 이유는 커피 재배 조건 중 기온의 영향이 있습니다. 즉 높은 지대에서 기온이 낮기 때문에 아라비카 품종은 높은 고도에서 재배가 이루어집니다. 그리고 적도에서 고위도로 갈수록 기온이 낮아지게 되면서 적정 재배 고도가 적도 지역에 비해 고위도 지역이 낮아지게 됩니다. 고지대에서 재배되는 커피는 저지대에서 재배되는 커피에 비해 밀도가 높아 열매가 단단하고 향미가 풍부해집니다. 특히 산미가 높고 좋은 커피는 높은 지대에서 재배되는 커피에서 느낄 수 있는 특징입니다. 이러한 특징은 일교차가 저지대에 비해 고지대가 크고 자외선 복사열이 강하다는 환경적인 영향에 의해 발생됩니다.
하지만 품질이 좋은 커피가 모두 고지대에서 재배되는 것은 아닙니다. 상대적으로 고지대에서 재배되는 커피가 품질이 좋은 경우가 많을 뿐입니다. 다만 저지대에서 고품질, 다양한 향미를 가진 커피의 경우 가격이 비싸질 뿐입니다. 예를 들면, 적도에서 가까운 멕시코에서 자란 저지대의 높은 품질의 커피는 굉장히 고가에 판매가 됩니다.
커피 재배를 위한 지형은 평지 또는 약간 경사진 지형입니다. 경사각이 20 º가 넘으면 지반 침식이 우려되며 기계를 이용한 작업이 힘들어집니다.
6. 일조량
커피 재배를 위해서는 적절한 일조량이 필요합니다. 연간 2,200 ~ 2,400 시간이 필요합니다. 너무 강한 열, 또는 너무 많은 일조량은 커피 열매에 좋지 않은 영향을 주기에 일조량이 적절한 지역에 커피나무를 심거나, 셰이드 나무(shade tree)를 함께 심어 그늘을 만들어주기도 합니다.
7. 바람
강한 바람은 나뭇잎을 떨어뜨리고 가지를 부러트립니다. 그리고 커피 체리를 떨어뜨리기도 합니다. 강한 바람에 대응하고자 셰이드 트리를 심기도 합니다. 해안가와 가까운 커피 농장은 해풍이 강한데, 이를 위해 방풍림을 심기도 합니다.
◆ 셰이딩 나무 ◆
요즘에도 커피 교육기관에서 셰이딩 나무에 대해서 교육을 해주나요? 저는 커피 자격증 취득을 위해 교육기관에서 커피를 배웠는데, 이때 셰이딩 트리에 대해 설명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그늘을 뜻하는 이 셰이드는 햇빛과 바람으로부터 커피나무들을 보호해 주는 역할을 합니다. 그럼 셰이드 나무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장점과 단점은 무엇이 있을까요?
* 장점
장점은 셰이드 나무를 통해 토양의 수분 증발을 막아주며 그늘 형성으로 인해 강한 햇빛으로부터 커피나무를 보호해 줍니다. 또한 토양 침식을 막아주고 잡초의 성장도 억제해 줍니다. 셰이딩 효과에 대해 커피 인사이드(Coffee inside)에서는 다음과 같이 정의합니다.
구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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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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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품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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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매 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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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이딩 정도가 증가할수록 열매의 무게가 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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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매 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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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즈가 큰 커피 빈이 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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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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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매가 천천히 성숙되므로 커피 성분이 충분히 생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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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량 과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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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량 과실 생성을 1% 이하로 감소. 비로 인한 열매 낙과를 줄여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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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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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볕 차단 및 낙엽으로 인해 잡초의 발생 및 성장 억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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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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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 질병 및 해충 발생 억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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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장력과 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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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생장력 증가 및 나뭇잎의 생명력 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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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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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이드 트리가 5~10톤 정도의 유기물을 생성. 이로 인한 토양의 이온 효과 능력 향상 및 토양 비옥화. 토양 침식 방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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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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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분 함유량 증가 및 건기에 물 공급 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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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물 다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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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생물들의 활동 증가로 커피 질병 예방 및 야생 동물 및 조류의 안식처 재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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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지 기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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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이상의 온도 하강 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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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점
단점은 셰이드 나무가 커피나무들과 영양분과 물을 가지고 경쟁을 하게 됩니다. 이로 인해 커피나무의 성장을 셰이드 나무가 방해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셰이드 나무 또한 농장에서 관리가 필요해집니다. 셰이드 나무가 무분별하게 커지거나 넓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가지치기를 해줘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셰이딩 나무로 인한 커피나무의 광합성 활동 저하입니다. 이로 인해 나무 및 새싹이 햇빛을 찾아 성장하므로 나무 마디가 길어지거나 성장이 더딘 문제가 발생하기도 합니다.
이러한 이유로 최근에는 셰이딩 나무를 심기보다는 비료 및 제초제를 활용한 커피 재배를 농장 및 농부들이 선호합니다. 물론 이런 비료와 제초제를 이용한 재배 방식에도 단점이 존재합니다. 이러한 농사 방법은 나무의 수명에 좋지 않은 영향을 주며 토양과 수질오염을 유발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방식을 사용하는 것은 여러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최근에는 커피 재배 국가에서도 인건비 상승 및 인력 부족으로 인해 자동화를 도입하는 농장이 많아지고 있으며 인력이 필요한 이런 셰이딩 재배 방식을 도입하지 못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그러나 지 구 온난화로 인한 이상 기온으로 친환경 재배 방식의 도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으므로 차후 어떤 방식으로 커피 재배가 될 것인지에 대해서는 지켜봐야 할 듯합니다.
◆ 마침 ◆
커피 벨트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커피 벨트는 커피가 재배되는 지역을 표현하는 단어로써 커피가 많이 재배되는 나라를 포괄적으로 설명하는 단어가 되기도 합니다. 그리고 커피 재배 조건에 대해 설명해 드리면서 왜 커피 벨트에서 커피가 많이 재배가 되는지에 대해서도 설명을 해 보았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커피 재배 국가에 대한 정의도 조금씩 바뀌는 것 같습니다. 지구의 이상 기온은 더 이상 남의 일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에서도 바나나가 재배되는 곳이 생기고 있고, 한국에서 사과 재배가 점점 더 북쪽으로 이동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커피 재배도 예외가 아닌듯합니다. 다음에 다른 주제의 이야기를 가져와 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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